"국내선 '휘청' 플랜트산업...새 돌파구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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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에 따른 '제 2의 중동붐'이 가시화 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에 따른 '제 2의 중동붐'이 가시화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36명의 경제순방단을 이끌고 귀국길에 오르며 "경제 재도약을 이룰 수 있는 모멘텀이 되도록 챙겨나갈 것"이라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서 456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초대형 수주를 이어가면서 국내 산업계에 이란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이란은 인구 8000만으로 가스 매장량 세계 2위, 원유매장량은 4위인 자원강국이다. 이란의 원유는 주변 중동국가에 비해 가격이 낮다. 이번 순방에 SK최태원 회장과 포스코 권오준 회장, 허창수 GS회장 등이 직접 이란에 다녀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란의 정정 불안과 저유가 문제로 인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최종 본계약까지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 국내선 '휘청' 플랜트산업..이란 새 시장 온다
우리나라가 이란 시장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조선·해운업 위기로 구조조정 1순위에 오른 기업들은 모두 중동과 연관이 깊다. 중동 경제가 약화되면서 해양 플랜트, 해외 건설까지 휘청했다. 그동안 투자가 어려웠던만큼 개발 잠재력이 크다.
특히 이란 내 해양플랜트 산업의 경우, 신규 건설을 비롯해 기존의 노후된 해양플랜트에 대한 유지 보수도 절실하다. 37년 간 계속돈 경제제재로 관련 인프라는 우리나라의 1990년대 수준에 그쳐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건조 이후, 운송 설치, 유지관리 등 부가 산업은 전체 해양프랜트 산업 부가가치의 50%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란 플랜트 시장은 총 223기 규모로 향후 5년간 185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발주가 점쳐진다.
건설업계에도 이란 봄바람 수주에 한껏 기대감이 고조돼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1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 플랜트 공사인 바흐만 제도 정유시설 공사를 따냈고 이밖에도 대우건설은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3공구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GS건설 역시 80억달러 규모의 사우스파스 프로젝트를, 대림산업도 이스파한-이와즈 철도 사업 등의 가계약을 체결했다.
저유가 이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가뭄' 수준이다. 올해 수주액은 12억달러에 불과 전년 동기 대비 44%P나 빠져나갔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은 총 461억달러로 전년 660억달러에 한참 못미친다. 건설사들의 해외진출은 저가 수주 경쟁에 따른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이번 이란 시장 공략이 과거 중동 저가수주 경쟁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우리 기업끼리 컨소시엄을 조직해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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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에 따른 '제 2의 중동붐'이 가시화 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히잡써도 화장에 공 들이는 이란여성들.. K뷰티 '들썩'
이란은 소비시장으로도 매력적이다. 이란 인구의 60%가 30대 이하의 젊은 층인 데다가 오랜기간 경제 제재를 받으며 해외 소비에 대한 욕구가 크다.
우리기업의 자동차, 스마트폰, TV, 화장품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지난 2006년 대장금, 주몽의 시청률은 80%에 달했다. 한국의 사극열풍이 히잡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여성들이 9살 때부터 히잡(베일)을 입어야 하고 국가적으로 여성들의 옷차림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만큼 화장에 대한 욕구가 강렬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문화가 체면을 중시여겨 외모를 가꾸는 데 공을 들린다는 분석도 있다.
이란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 7위에 달한다. 9위인 우리나라보다 더 큰 시장이다. 이란 여성이 연간 화장품에 쓰는 돈은 150달러로 중동 평균 36달러의 4배에 달한다. 이란 여성들은 아이새도우, 립스틱과 같은 색조화장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케이뷰티(K-뷰티) 활성화를 위해 이란 현지에 한국화장품 홍보관을 설립하고 화장품 제조소 현장실사를 면제해주고 수입통관 서류 공증절차를 생략하는 이란진출 방안을 마련했다.
아모레퍼시픽과 네이버리퍼블릭과 같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도 중동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중동지역 화장품 시장이 날로 커지고 우리나라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은 만큼 내부적으로 진출 로드맵을 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부톤에 맞는 맞춤형 메이크업 전략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중동 내 케이뷰티붐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한다.
◇ 파이낸싱이 사업 키 쥐고 있다
이란시장이 우리나라에게 기회의 땅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랜 경제제재로 인한 금융이 취약한 점은 약점이다.
저유가 지속에 따라 재정 악화가 계속되면서 중동국가들의 각종 인프라 공사 발주의 연기, 무산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발 대규모 수주가 최종 완공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대형프로젝트의 경우 유가가 오르지 않는 한 장기사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동원해 각각 150억달러와 1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파이낸싱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정부가 지원한 총 250억 달러, 우리돈으로 28조원은 단일 국가 투자에 대한 금융지원 중 사상 최대치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출자 등 재정지원이 한계가 있는 만큼 대규모 사업의 경우, 글로벌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은 2015년 세계은행이 꼽은 기업하기 좋은 국가 순위에서 189개국 중 119위에 그쳤다. 이란은 핵 개발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될 땐 다시 경제 제재가 복구된다. 경제 제재가 복원될 땐 수출입 거래나 각종 프로젝트의 재산권 보호 등은 이뤄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