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금융기관에 인센티브를 조기에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확충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자구안을 신속히 마련하라는 메시지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애초 연말로 예정됐던 성과연봉제 도입 기관에 대한 인건비 인센티브 지급 시기를 이달 말이나 다음 달로 대폭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방안이 확정된다면 최근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예금보험공사나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연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각 금융기관의 인건비 인상률 중 1% 포인트를 성과주의 도입 여부와 연동해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예컨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관에는 1%의 인상률을 적용하는 반면 전혀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는 0%의 인상률을 적용해, 기관별 인건비 상승률을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애초에는 연말까지 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려 했으나, 성과연봉제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한 만큼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런 움직임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겨냥한 압박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책은행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비롯한 경영효율화 자구방안을 신속히 제출하도록 인건비 인상률에서 사실상 상대적인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자본확충 협의체에서 구조조정 실탄 지원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책은행들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며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를 미룬다면 실탄 지원의 명분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금융당국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위에서 열린 제3차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는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등 보수·예산·정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위원장은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거론하며 "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다뤄야 하는 기관"이라며 "그동안 두 기관의 경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큰 만큼 조속히 성과주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확충이 시급하다고 해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