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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자동차가 연비 조작 사태로 위기에 처한 미쓰비시 자동차를 인수하기로 했다. 연 판매 100만대 규모의 미쓰비시가 닛산 품에 안기면서 글로벌 자동차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닛산은 지난 12일 2370억엔(한화 2조5596억원)에 미쓰비시 자동차 지분 34%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이 이뤄지면 닛산은 미쓰비시자동차의 최대주주가 된다. 현재는 미쓰비시중공업(지분 20% 보유)이 최대주주다.
닛산의 미쓰비시차 인수는 일본 자동차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현재 토요타, 닛산, 혼다 등 3개 대형사를 중심으로 마쓰다, 스즈키, 미쓰비시, 다이하쓰, 스바루 등이 있다.
하지만 올 초 토요타의 다이하쓰 지분 인수에 이어 닛산의 미쓰비시 인수로 일본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글로벌 판매 1위 토요타는 이미 마쓰다와 제휴를 맺은 상태고, 스즈키와도 제휴를 추진 중이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 역시 자동차산업 재편을 시도하고 있어 향후 일본 자동차시장이 빅 3 체제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완성차 업체 빅 5는 토요타(1015만대), 폭스바겐(993만대), GM(984만대), 르노닛산(849만대), 현대·기아차(802만대)가 차지했다. 미쓰비시의 판매량은 107만대다.
르노닛산에 미쓰비시가 합류하게 되면 연간 판매 956만대로 3위인 GM을 위협하는 규모로 성장하게 된다. 또 르노닛산을 추격 중인 현대·기아차와는 150만대 이상 격차를 벌리게 된다. -
여기에 르노닛산과 미쓰비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서로 영업네트워크를 보완해 줄 수 있다. 미쓰비시는 태국 등 아시아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으며 아시아와 기타지역에서 57.7%의 판매 비중을 가질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일본 자동차업계는 닛산의 자본으로 미쓰비시가 재무 상황을 개선하고 닛산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미쓰비시를 통해 경차부터 고급차까지 라인업을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닛산과 미쓰비시는 이미 2011년부터 NMKV(Nissan-Mitsubishi K-car Venture)라는 조인트벤처를 통해 신차를 공동개발 판매해 온 바 있다. 따라서 양사는 신차 개발과 판매 협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4위 추격은 힘들어졌지만, 미쓰비시 브랜드가 국내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지 않아서다. 미쓰비시차는 2013년 판매부진으로 국내에서 철수한 바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5위인 현대차그룹의 4위 추격 의지가 약해질 수 있지만 미쓰비시의 주요 시장이 일본 경차시장과 동남아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