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3억 과징금 부과-법인 검찰 고발 현정은 회장 고발 가까스로 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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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그룹이 대내외적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다음 주 마감 시한인 용선료 인하 협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총수 일가에 일감 몰아주기의 사유를 들어 과징금 12억85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같은 모기업에 소속된 HST와 쓰리비에 거래 참여와 일감 몰아주기 등의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제공했다.

    부당이득 규모는 HST 4억6000만원, 쓰리비 56억2500만원이다. 업체별 과징금 액수는 △현대증권 4300만원 △HST 4300만원 △현대로지스틱스 11억2200만원 △쓰리비 7700만원이다.

    HST와 쓰리비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친족 회사다. HST는 현 회장의 제부 변찬중씨와 동생 현지선씨가 지분의 90%를 가진 회사다. 쓰리비는 변찬중씨와 현 회장의 조카인 변종웅, 변종혁씨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2012년 제록스와의 지점용 복합기 임대차거래에서 필요 없는 HST를 포함시켜 10%의 마진율을 보장해줬다. 먼저 제록스가 월 1대당 16만8300만원으로 복합기를 HST에 임대했다. HST는 이를 현대증권에 월 1대당 18만7000원에 재임대한 구조다.

    공정위는 현대증권이 2010년 7월 본사용 복합기를 제록스로부터 직접 빌린 선례와 계약 참여를 청탁한 HST 관계자의 메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로 결론지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외국 정유업체 에이전시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쓰리비와 택배 운송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높은 마진율을 제공해줬다.

    실제로 쓰리비의 마진율 27.6%는 경쟁사 마진율 0∼14.3%보다 매우 높다. 쓰리비는 택배 운송장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2012년 11%, 2013년 12.1%, 2014년 12.4% 등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공정위는 쓰리비가 부당지원을 받아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택배 운송장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렸다고 판단했다. 택배 운송장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인쇄와 구매대행업체들은 매년 거래처 확보와 단가 협상 등에 따라 극심한 매출 변동을 겪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직접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선을 그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로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를 처벌한 첫 사례다. 추후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는 다른 대기업의 제재에도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공정거래법을 보면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 업체를 끼워 부당이득을 제공하는 '통행세'를 금지했다. 또 이전에는 공정위가 부당이득이 의심되는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조사할 때 가격과 거래조건에서 '현격한 차이'를 입증해야 했으나 '상당한 차이'로 바뀌었다. 공정위의 부당성 입증 부담이 완화됐다는 평가다.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비상장사 20% 이상)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포함됐다. 규제 대상은 계열사 중 내부거래액이 연 200억원 이상이거나 연 매출액의 12% 이상인 업체다. 총수 일가도 명백한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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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상선, 해운동맹 진입 '절실'

    현대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정상화까지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해외선사들과 벌이는 '용선료 할인' 협상에다가 제3 해운동맹 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과 채권단 입장에서는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제외로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힌 셈이다. 해운동맹 재편과 현대상선 경영악화가 유사한 시기에 맞물려 벌이진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서 제외되자 구조조정 절차에도 악영향이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해운동맹체에서 제외되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해운동맹은 사실상 주요 시장의 항로를 과점하고 있다. 결국 대형 선사들은 각사들이 연압해 해운업 장기 침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법정관리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해운동맹체 참여여부가 유보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영정상화 방안이 구체화되면 새로운 동맹체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운동맹이 내년 4월 출범 예정이며 올해 10월에 최종적으로 재편을 마무리한다. 결국 현대상선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면 충분히 추가로 합류할 것이란 예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이 200% 수준으로 대폭 개선된다"며 "동맹 편입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