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정유경·젊은 박서원 신규면세점 경영에서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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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과 박서원 두산 유통 전략담당 전무(CSO)가 서울 시내 면세점 경영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이들은 신세계와 두산의 오너 자제인 만큼 면세점 경영 성적이 향후 그룹 내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이 지난 18일 신세계 면세점과 함께 오픈 예정이던 두타면세점이 급작스럽게 오픈 일정을 뒤로 미루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기세 싸움도 팽팽하다.
정유경 사장은 그동안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 그늘에 가려 언론이나 재계에서 크게 부각되는 인물은 아니었다. 정 사장은 그간 '은둔형 경영자', '그림자 경영' 등 노출을 최소화하고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우직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가 진두지휘했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리뉴얼이 성공적인 성적을 거두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올해 2월 새롭게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오픈 열흘 만에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53% 뛰었고 리뉴얼 전 일평균 10만명이었던 방문객 수도 2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리뉴얼 오픈은 정 사장의 손길이 녹아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 사장은 특히 문화와 패션 카테고리를 중요하게 생각해 강남점에 이를 시도했고 최근 오픈한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 역시 정 사장의 이러한 스타일이 곳곳에 묻어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문을 연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 역시 다른 면세점들과 달리 문화공간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다. 면세점 11층에는 업계 최초의 야외 공원인 '스카이파크'를 마련했고 매장 내 대형 미술품(그 이름 설명 넣어)을 전시하는 등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면세점을 업그레이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사장은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그려주는 타입"이라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성공에 이어 이번 면세점도 정유경 색을 입혀 흥행 호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은 오픈 첫날 업계 예상치를 웃도는 4000명의 고객을 끌어 모으며 대박 조짐을 보였다.
오는 20일 오픈을 앞둔 두타면세점을 총괄하는 박서원 전무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전까지 이렇다 할 경영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두산家(가)의 도움 없이 지인들과 스스로 빅앤트라는 광고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워낙 소규모 회사이기 때문에 이를 경영 능력의 바로미터로 보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전무는 '광고맨'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두타면세점에도 이러한 그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7~17층에 문을 여는 두타면세점은 젊은 중국 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만큼 톡톡 튀면서도 개성 있는 분위기로 꾸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두타면세점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태양의 후예’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마케팅도 준비하고 있다.
면세점 내에 ‘태양의 후예관’을 별도로 만들고 해당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배우 송중기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등 젊은 유커 층 잡기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젊은층을 겨냥해 면세점 업계 최초로 심야 영업을 준비 중이다. 두타 운영시간에 맞춰 새벽5시까지 영업한다는 전략으로 현재 관세청 허가만 남은 상태다.다른 면세점과 차별화된 박 전무만의 개성 있는 젊은 감각이 두타면세점에 어떻게 녹아 있을지 업계의 관심도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타면세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있다"며 "유통 업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 두 업체를 상대로 두타면세점이 얼마만큼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독특함만으로 승부하기엔 박 전무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올해 신규 면세 사업자로 나서 야심 차게 면세점 사업에 출사표를 낸 신세계와 두산이 올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