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계좌개설 의지 없어…본사·지점차원 독려나 압박 없다"정보 접근 어려움·기대 이하 수익률로 투자자 관심 저하 분석활성화 터닝포인트는 6월 ISA 계좌이동제 도입 이후 전망
  • 증권업계에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출시 두달 만에 묻혔다. 지난 3월 출발은 요란한 듯 했지만 현재는 신규 계좌개설 실적추세는 물론 업계 차원의 관심까지 꺾였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위기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A 출시일인 3월14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전체(은행·증권·보험) 실적은 가입자 192만2229명, 가입금액 1조53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증권사를 통한 가입자는 19만5458명, 가입금액은 5101억원이다.


    가입자 수는 전체의 10.2%를 차지한 반면 가입금액은 33.2%를 기록해 업권별 가입자 가운데 증권사를 통한 가입자의 순도가 높다.


    반면 가입자수와 가입금액 가운데 상당수가 허수에 가까운 '깡통계좌'라는 점에서 업계와 투자자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ISA에 대한 열기는 수치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NH투자증권은 5월 1째주 금융투자협회 발표 기준 ISA 가입금액 증권사 분량인 4550억원 가운데 22%가량이 자사를 통해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증권업계 전반적으로는 ISA의 관심도가 극도로 낮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ISA를 출시한 증권사가 총 13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금액 1000억원을 넘어선 NH투자증권을 제외한 12개 증권사는 1사 평균 295억원 수준에 불과한 가입금액을 기록 중인 셈이다.

  •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가입하고 있다.ⓒ금융위원회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가입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실제 각 증권사 지점에서도 ISA에 대한 관심은 낮은 모습이다.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본인 계좌정도만 개설한 상태"라며 "전체적으로 계좌유치 필요성이나 의지가 없어 불똥이 튈까 불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은 "최근 몇년 동안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 등이 출시됐을때는 전사적으로 역량을 투입해 가입자와 금액유치에 나섰던 반면 ISA와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달성률 등 목표는 물론 유치에 대한 압박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점은 물론 본사 직원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증권사 본사 지원업무 직원은 "본사 근무 직원들에게는 할당보다는 직원 스스로 지인 영업 등을 통해 1인 10개 안팎으로 계좌를 개설하자는 분위기가 출시 초반 돌기도 했지만 여전히 계좌개설 '제로'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계좌 개설을 하더라도 허수에 가까운 수도 상당수라는 분석이다.


    ISA 시행 한달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국회 정무위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ISA 시행 한달 동안 전체계좌 중 1만원 이하 계좌는 증권이 36.4%(5만2000개)로 나타났다.(은행 74.3%)


    1000원 이하 계좌도 12.6%인 1만8000여개, 100원 이하 계좌는 7.2%인 1만200여개로 집계됐다.


    반면 가입액이 1000만원을 넘는 계좌는 1만1600여개로 8.1%에 불과했다.


    이같은 ISA의 관심 저하에 대해 업계는 정보 접근에 대한 어려움과 함께 수익률에 대한 불만족이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자체가 증권업계가 아닌 금융당국 차원에서 추진한 성격이 강해 ISA에 대한 투자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상태로, 고객들 역시 모델포트폴리오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회사간 수익률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익률 비교공시가 실시되는 6월 이전까지는 서둘러 가입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일임형 ISA 기대수익률이 5년 동안 계좌를 유지해야 하는 조건을 전제로 연 6~7%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ELS(주가연계증권)와 같은 일부 상품들은 그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조기 상환을 통해 자금을 유동적으로 굴릴 수 있다는 점에서 ISA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