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몸살…美 금리- 中 저성장-EU 미로-신흥국 침체 권역별 먹구름만 가득… 새로운 먹거리 찾아야
  • ▲ 국내 한 증권사 내부 모습. 세계 증시 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나란히 걸려 있다. ⓒ 사진 뉴시스
    ▲ 국내 한 증권사 내부 모습. 세계 증시 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나란히 걸려 있다. ⓒ 사진 뉴시스

    미국 ‘완만한 경기 회복’ 기대감 상승...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 
    현지시간으로 27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하버드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이날,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와의 대담 도중 “(미국의) 경제가 계속 개선되고 있고, (경제도) 되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고용시장 호조가 이어지면, 앞으로 수개월 안에 그럼 움직임(기준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옐런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준금리를 0.25% 이하로 낮추는 초저금리 정책을 지난 7년 동안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렸다.

지난 4월 열린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앞으로 경제지표가 양호하다면, 6월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를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사실은 지난 18일 FOMC 4월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시장에 알려졌다.

옐런 의장의 이날 발언은 FOMC 위원들의 의견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미국 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것이란 풀이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정례회의는 다음달 14일 열릴 예정이다.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전망과 관련해 낙관적 의견을 냈다. 그녀는 현재 미국 경제가 ‘느린 회복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옐런 의장은 “분명히 경제가 많이 진전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옐런 의장의 발언에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은 일단 무덤덤하다.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2분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미 증시에 반영돼 있다”며, “미국이 실제 금리를 올려도 당장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국내 통화정책을 전담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장기불황으로 활력을 잃은 내수 경기를 살리고, 조선 및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정책금융기관들이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은 역시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실은, 한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한미 양국 간 금리 격차는 줄어든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외국 자본은 한국에서 돈을 빼,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국 자본의 국내 이탈은, 조선 및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우려되는 우리 경제에 악재가 분명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이 늦어도 8월 안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옐런 의장이 말한 ‘수개월’이란 2~3개월을 뜻하기 때문에, 6월 혹은 8월 FOMC회의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한은의 금리 인하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뒤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폭을 높이는 중요 변수다. 특히 신흥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 출구 안 보이는 신흥국 시장

미국이 금리를 높이면, 신흥국 시장에서의 외국 자본 이탈현상은 더 심화된다. 외환 보유액이 넉넉하지 못하고, 경제의 펀더멘탈이 약한 신흥국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당장 금융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 신흥국은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아 신흥국 시장의 침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저유가에 직격탄을 맞은 러시아와 브라질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자본마저 빠져나간다면, 신흥국 시장은 패닉상태에 몰릴 수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중국 경제의 저성장, 신흥국의 경기 침체, 저유가 지속,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KDI는 신흥국 경제 전망과 관련해 “경제기초가 취약한 신흥국은 하강 위험이 높아져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흥국에 대한 IMF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IMF는 지난달 12일,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에 비해 0.2% 낮춘 4.1%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신흥국 가운데 브라질의 경제 성장률을 1월 전망치보다 0.3% 더 낮춘 –3.8%로 내려잡았다.



중국, 高성장에서 中성장 시대로...위안화 기축통화 편입, AIIB 원년 ‘영향력’↑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갖는 영향력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미국의 금리인상 만큼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러나 성장률 둔화만으로 가지고 중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위안화는 올해 10월이면 세계의 기축통화로 위상이 높아진다. 중국이 설립을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줄 매개체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인도,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과 함께 만든 신(新)개발은행(NDB, New Development Bank)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AIIB와 NDB는 아시아-중남미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 두 국제기구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AIIB와 NDB의 행보는 중국 경제의 앞으로 전망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로에 갇힌 유로존, 글로벌 투자자 이탈 심화

유로존의 경제 전망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난민-테러-브렉시트’다. 이들 비경제적 요소가 원만하게 풀린다고 해도, 유로존 경제의 기상도는 좋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채택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 둥지를 튼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유로존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디플레이션 악화도 심각하다. 지난 3월 ECB는 ‘울트라 금리인하’라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약발은 기대이하로 나타났다.

실물경기 부진, 디플레이션 압박, 정치적 불안정,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역기능 등이 한데 겹치면서, 유로존 경제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유럽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내다 팔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분석결과를 인용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연간 5천억 유로(한화 약 664조원)가 넘는 자금이 유럽시장에서 순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유로존에서 발을 뺀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국과 신흥국 국채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엇갈린 평가...기로에 선 일본

경제 전망에 관한한 일본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쏟아 붓고 있는데도, 엔화 강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고강도 경기 부양책에도 10년간 이어진 장기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일본 정부의 부채 부담은 GDP의 2.5배에 달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엔화 가치는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할 것이란 암울한 분석도 있다.

일본 내부와 미국 쪽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산업연구원은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 주목된다.

산업연구원은 23일,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전략에 대한 대응책 마련 시급’이란 보고서를 통해,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가 일본기업의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당국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엔화 약세가 일본 제조업의 채산성을 높이고, 기업은 증가한 이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면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그 근거로 일본 제조업의 경상이익률이 2014년 10.3%에서 지난해 12.3%로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일본 제조업의 연구개발비 투자 예상액도 전년보다 4.7%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아베노믹스가 일본 제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아베노믹스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발적 구조조정 민관 합작 경쟁력 강화기구 설치 스마트공장을 비롯한 기술 확대 등을 제시했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악재’ 속 한국의 선택은?

한국 경제의 진로와 관련해,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63·경제학)는 대기업의 빈 자리를 메꿀 스타트업의 발굴 및 육성을 제시했다.

800년간 66개국의 금융위기 사례를 분석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저서로 널리 알려진 로고프 교수는, 25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위와 같은 조언을 했다.

로고프 교수는 “한국이야말로 대단히 창의적인 사회라고 늘 생각해왔다. 한국이 참고할 나라는 이스라엘”이라며, “이스라엘이 한국과 다른 점은 수많은 스타트업과 혁신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한국의 삼성, 현대자동차, LG 같은 대기업은 정말 대단하지만, 그들이 영원할 수는 없다. 그 자리를 채울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