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쿠팡과 가격 전쟁 선포… 올 2월부터 '가격의 끝' 행사 진행주요 생필품 대리점 "대형마트 판매량 늘어 좋지만 소매 채널 판매량은 급감"
  • ▲ 이마트 가격의 끝 기획전. ⓒ이마트
    ▲ 이마트 가격의 끝 기획전. ⓒ이마트


    이마트와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 간 가격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주요 채널에 제품을 납품하는 대리점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마트 최저가 상품이 인기를 끌며 판매량이 늘어 당장은 호재라는 분위기지만 가격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소규모 판매 채널 판매가 급감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매달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가격의 끝'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분유나 기저귀를 팔 때마다 소비자가 받는 할인 금액을 이마트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가격의 끝' 기획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 마트가 가격 할인 행사를 할때마다 납품업체에 가격 후려치기를 종용하거나 할인 부담을 떠넘기곤 했지만 이번 이마트 '가격의 끝' 행사는 그런 요구도 없었고 원래 납품 가격으로 똑같이 들어간다"면서 "이마트가 할인 금액을 프로모션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일부 도매점은 "이마트가 최저가로 제품을 많이 팔아주니까 일단은 좋긴 좋다"면서도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소매 채널은 다 죽을까봐 그게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 생필품 제조업체의 경우 이마트 '가격의 끝' 행사가 시작된 2월 말부터 5월 셋째주까지 대형마트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늘었지만 소매 채널 판매량은 50% 급감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당장 대형마트에서 잘 팔린다고 마냥 좋은게 아니다"면서 "동네 슈퍼마켓이나 잡화점 쪽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가 '가격의 끝' 행사를 하는 이유가 진짜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셜커머스와 대형마트 거대 공룡들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하나의 임시 방편일 뿐"이라고 꼬집으면서 "그런 가운데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힘없는 개인 사업자인 대리점주"라고 주장했다.

    이마트 '가격의 끝' 행사에 제품을 납품하지 않는 업체들의 고민도 깊다.

    한 생필품 업체 측은 "이마트 '가격의 끝' 행사에 참여한 경쟁업체의 제품 가격이 대폭 싸지면서 우리 제품은 고객을 거의 잃었다"면서 "이마트가 납품 가격을 싸게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강요한적은 없지만 결국 제품이 안팔리니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의 끝' 수준 이하로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게 또 다른 형태의 갑질 아니면 무었이냐"고 반문하면서 "대형마트 등 할인점에 제품을 납품하는 비율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괜히 우리 목소리를 냈다가 어떤 형태의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이런 얘길 하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했다.

  • ▲ 이마트몰 '가격의 끝' 행사 제품 이미지. ⓒ이마트몰
    ▲ 이마트몰 '가격의 끝' 행사 제품 이미지. ⓒ이마트몰


    이마트는 지난 2월부터 기저귀와 분유, 인스턴트 커피, 세제 등 주요 인기 생필품의 가격을 최저가로 낮춘 '가격의 끝' 기획전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기저귀를 시작으로 분유, 여성위생용품, 참치캔, 샴푸, 화장지 등 총 13종 상품군에서 48개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가격의 끝' 상품군 매출이 온·오프라인 전체 기준으로 전년 대비 14.1% 신장하고 팬티형 기저귀는 258.3%, 분유 118.2%, 초코파이 186.2% 등 유아 관련 용품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측은 "가격의 끝 상품이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며 이마트의 대표적인 가격 경쟁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다"면서 "가격의 끝 상품은 온·오프라인 대표 유통업체 가격을 조사해 주단위로 최저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마트가 자체적으로 마진을 조정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마트는 현재 선보인 가격의 끝 상품 가격을 올 연말까지 쭉 유지하고 향후에도 꾸준히 가격의 끝 상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