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의결권 허용 가처분' 기각 불복해 항고향후 이사 대거 선임, 이사회 장악 나설 듯고려아연, 회사채 금리 낮춰 재무구조 안정화MBK 發 소모적 분쟁에 불확실성 지속 불가피
  • ▲ 지난달 28일 고려아연 정기주총장 앞에서 MBK의 적대적 M&A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 지난달 28일 고려아연 정기주총장 앞에서 MBK의 적대적 M&A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판정패’한 영풍·MBK파트너스가 결과에 불복하는 법적 대응을 본격화했다. 고려아연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나선 가운데 MBK 측이 법적 수단을 동원해 ‘흠집 내기’에 나선 모습이다.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소모적 분쟁을 멈추고, 홈플러스 사태 해결에 진심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에 지난달 28일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정기주총에서 통과한 안건 가운데서도 이사회 비대화를 막기 위해 ‘이사 수를 19인으로 제한’한 제2-1호 의안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것으로, MBK가 향후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MBK 연합은 앞서 정기주총 이전 서울중앙지법에 영풍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의결권이 제한된 채로 정기주총이 진행됐고 MBK 연합의 이사회 장악을 막을 수 있는 ‘이사 수 상한’ 안 가결을 비롯해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이사 5명의 전원이 선임되며 MBK 연합의 경영권 탈취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MBK 측은 법원의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기각 결정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다. 그러면서 항고 취지를 당초 ‘의결권 행사 허용’에서 ‘제2-1호 의안에 대한 결의 효력 정지’로 변경했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 부활을 포기하고, 이사 수 제한을 풀어 이사회를 장악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MBK 연합은 주총 전날 기습적으로 고려아연의 해외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의 영풍에 대한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떨어뜨려 상호주 관계를 해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주총 직전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 다시 상호주 관계가 복원되며 영풍 측의 주장이 무력화됐다.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MBK 측이 또다시 불복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발목잡기에 나서며 경영 불확실성이 계속되게 됐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 및 공급망 전쟁에서 고려아연의 전략적 판단이 주요한 시점에 경영권 분쟁 장기화가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불안 정세 대응에 앞서 내부 정비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까웠던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목적의 공개매수 등에 3조원 가까운 차입을 조달하며 이자 부담이 급증한 상태다. 이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회사채, 기업어음(CP) 발행 등 방법을 동원해 차입금 부담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3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4000억원 모집에 1조16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아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최대 7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이 예상되며, 금리는 3.1~3.2%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월 연 6.5%의 고금리에 빌린 1조원 규모의 차입금 차환으로 이자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업계에서는 MBK가 소모적인 분쟁을 끝내고 홈플러스 사태 해결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지난달 24일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운전자본 유동성 위기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언론에서 ‘약간의 소음’을 일으켰다”고 밝혀 사태 인식의 가벼움이 드러났다.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헤이홀더는 최근 ‘2025년 정기주주총회 결산’ 논평을 내고 MBK에 대해 “MBK 입장에서는 홈플러스 사태로 언론은 물론 여론과 정치권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로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며 “MBK가 고려아연 적대 인수에서 손을 떼고 출구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 “‘사법의 시간’은 너무나도 장기적인 싸움”이라고 전제하며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경영권 분쟁에서 바로 이기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출혈이 큰 싸움이다.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를 지켜본 후 영풍과 고려아연, MBK가 다 같이 출구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세 당사자는 물론 회사 직원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인사 11인, MBK 측 인사 4인으로 확정됐다. MBK 측에선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이사회에 진입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사 17인을 대거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할 목적이었지만 이사 수가 19인으로 제한되며 이사회 장악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