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후 청산 못하는 조합도 늘어

  • # 대형건설사 A사는 지난 1월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7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대여금(21억1400만원)반환 소송을 걸었다. 조합도 A사의 소극적인 행보에 사업연기 등 피해를 본 상황이다. 2007년 사업시행인가 이후 A사의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조합 측은 설명했다. 결국 A사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맞소송을 준비 중이다. 계림7구역은 현재 제일건설로 시공사가 교체된 상황이다.

    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간 대여금 반환이나 추가공사비 요구를 놓고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시공권을 확보한 후 '갑'의 위치에서 조합을 압박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대형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소송 액수가 약 1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내 10대 대형건설사의 1분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각 사 공시조건 상이) 건설사가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총 22건에 달했다. 해당 업체들이 피고된 경우까지 더하면 건설사와 조합간 소송 규모는 더 커진다.

    소송 유형 중에는 대여금 분쟁이 가장 많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조합은 직접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어 건설사로부터 대여금을 받는다. 건설사는 사업이 무산되거나 시공사 자격을 내려놓으면 그동안 조합에 지급한 대여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이때 조합과 의견이 어긋나면 소송을 진행한다.

    건설사가 조합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추진위는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을 당하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추후 시공사를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을 감당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추후 선정될 시공사로부터 받기 위한 절차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조합을 상대로 501억6300만원 규모의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2년 입주한 흑석 한강 푸르지오(흑석4구역)를 상대로 미지급 공사비 127억93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흑석4구역 조합은 2013년 6월 해산됐다. 그러나 2013년 11월부터 시작한 시공사와 소송으로 현재까지 청산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 청산은 조합원 분담금이 결정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건설사와 소송이 마무리돼야 정확한 조합원 분담금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송이 길어질수록 조합 운영비 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결국 건설사의 소송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추가적으로 증가한다.

    지난해 7월 입주한 서울 은평구 북한산 푸르지오(녹번1-3구역). 대우건설은 지난 4월 '조합에 대한 미지급 공사비·사업비 대여금 등의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256억5600만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정릉5구역(57억1400만원), 천호뉴타운조합(39억9200만원), 탄현주공조합(24억800만원)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화곡3주구조합(강서 힐스테이트)을 상대로 222억2100만원 규모의 '공사비 부가세 청구' 소송을 냈다. 화곡3주구조합은 건설사와 지분제로 계약을 맺었다. 공사비 부가세를 어느 쪽에서 부담해야하는 가를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강서 힐스테이트는 2014년 입주한 단지로 조합은 지난해 11월 해산됐다. 반면 청산은 게획보다 연기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1심에서 승소한 상태로 재판이 이대로 끝난다면 조합원 분담금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또 현대건설은 제기4구역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제기4구역은 2013년 대법원이 조합 무효 판결을 냈다.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현대건설은 매몰비용으로 290억63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건설사가 승소해(267억원)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2014년 6월 부산명륜3구역 조합(명륜아이파크1차)을 상대로 62억7000만원의 추가공사비를 달라며 소송을 냈다. 조합도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14억900만원)으로 맞불을 놨다. 이 단지는 입주 4년 차를 맞았지만 청산이 지체되고 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GS건설도 총 205억73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조합을 상대로 소장을 냈다. 총 6건의 소송 중 4건이 대여금에 관한 내용이다. 신길음(20억5200만원), 장전6구역(33억1800만원), 구포7구역(10억8900만원), 신당 10구역(45억원)과 대여금을 놓고 논쟁 중이다.

    건설사가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면 추후 사업 확보를 위한 영업 활동에 단점으로 작용한다. '조합을 압박하는 건설사'로 낙인될 경우 사업권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A조합 관계자는 "건설사가 시공권을 확보한 이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애초 시공권을 확보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