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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내년도 인상안을 놓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시간당 6030원 저임금을 올리고 유휴 수당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고시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경비원, 자영업, 택시기사 등의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처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제는 지난 1988년 도입 후 지난해까지 시급으로 결정됐지만, 지난해 노동계가 최저임금의 시급-월급 병기를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2016년 기준 시간당 최저임금은 6030원이고 월급으로 따지면 월 209시간 기준으로 126만 원이다.
월급을 받는 과정에서 ‘유휴수당’을 제대로 못 받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노동계가 월급 병기를 주장하는 이유다.
최저임금을 월 209시간 기준으로 월급으로 계산할 때는 주 40시간에 8시간 유급 휴일수당이 추가로 주어지는데 현실에서는 PC방, 호프집,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유휴수당을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계는 월급 병기 주장은 무리라며, 오히려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택시기사, 경비원, 편의점·PC방 근로자들은 실제 근로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업종의 최저임금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본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하지 않은 회원국는 3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최저임금 차등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총에 따르면 일본은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이미 도입했으며, 중국은 각 성과 대도시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미국도 각 주의 임금 수준과 물가 등을 반영해 50개 주마다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경영계의 주장은 상당수 업종의 최저임금을 낮추자는 얘기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OECD 하위권인데, 여기서 더 낮추면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이 극도의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견해 차이도 크지만, 월급 병기나 업종별 차등화 등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견도 심해 올해 최저임금 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