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학번 입학, 휴복학 번복하다 독지가 도움으로 졸업…모교에 394만원 전달
  • ▲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했던 한 건국대 동문이 56년이 지나 밀린 학비를 완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시스
    ▲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했던 한 건국대 동문이 56년이 지나 밀린 학비를 완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시스


    한 80대 노인의 '등록금 납부'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마지막 학기 대학 등록금을 미납한 채 졸업했던 이 노인은 밀린 등록금을 모교에 56년 만에 납부, 대학 측은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21일 건국대학교에 따르면 54학번으로 건대 법학과에 입학했던 안모씨(82)는 이달 초 등록금 394만4000원을 모교에 전달했다.

    한국전쟁 휴전 협정 이듬해 대학생이 된 안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휴학과 복학을 3번 반복한 끝에 1960년 건국대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이후 사회생활을 하며 가정을 꾸린 그는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모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안씨는 미납한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해 모교에 연락을 취했고 건국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1950년대 등록금이 얼마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누군가 남몰래 도움을 주면서 졸업을 한 거 같은 데 안씨께서 등록금을 납부한다고 하셔서 놀랍다"고 말했다.

    마지막 등록금을 납부하기로 한 안씨의 학적 기록 등을 살펴보던 건국대 측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980년대 안씨는 건국대 상허기념도서관 건립기금으로 50만원을, 동문회 장학금 30만원을 남몰래 기부한 부분이 확인됐다.

    당시 대기업 회사원 월급이 40만~50만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을 모교를 위해 쾌척한 것이다.

    모교 사랑을 실천해온 안씨가 납부한 등록금은 졸업한 당시 기준이 아닌 2016학년도 1학기 책정된 금액 전액이 전달됐다. 건국대 측은 서울 자양동의 안씨 자택을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사양할 정도 조용히 기부를 마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지속된 모교 사랑에 건국대 발전기금부서 관계자는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안씨 자택을 찾았고 그는 따뜻하게 맞아줬다.

    안씨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했고 열심히 살았다. 자녀들은 다 컸고 더 늙기 전에 학창시절 빚을 꼭 갚고 싶었고, 보답하고자 했다"며 소회를 전했다.

    건국대는 안씨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전달했고 마지막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박성열 건국대 대회협력처장은 "소중한 기부금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알려지는 것을 극구 사양하실 정도였다.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했고 높은 애교심에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