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과 지자체 소송戰 불가피서울시 눈치보는 건설사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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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직2구역.ⓒ뉴데일리
서울시가 재개발이 진행 중인 구역을 직권해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조합과 시공사의 막대한 금전적 피해가 예상된다. 조합이 사용한 대여금을 서울시가 보조한다는 입장이지만 수백억원 혈세를 감당할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종로구 옥인1·사직2·충신1 구역과 성북구 성북3구역 한양도성 인근 재개발 사업지 4곳에 대한 직권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해제란 주민 간 갈등과 사업성 저하 등으로 사업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시장이 직권으로 정비사업 구역을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에 따르면 자연경관지구·최고고도지구·문화재 보호구역·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등이 포함된 구역은 직권해제가 가능하다.
서울시가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재개발 구역은 수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들 구역은 저층 노후주택이 많아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은 필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사직2구역은 사업시행변경인가 지연이 부당하다는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의견이 나온 상태다. 이에 대해 구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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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인1구역.ⓒ뉴데일리
문제는 이들 구역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막대한 사업비가 사용됐다는 점이다. 4곳 조합 모두 사업시행인가 혹은 조합설립인가 단계가 진행됐다. 조합에 따르면 직권해제에 따른 매몰비용으로 △사직2구역 350억원 △옥인1구역 45억원 △성북3구역 70억원이 발생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조합이 부정하게 사용한 금액까지 보조할 수 없다"면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투명하게 회계처리된 부분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직권해제로 취소되는 추진위와 조합 사용비용은 검증위원회에서 검증된 금액의 70% 범위 안에서 보조한다. 다만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사업이 해제되면 검증된 금액 전액까지 보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조합은 '검증'이라는 부문에 의문을 제기했다.
A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사용한 금액을 서울시가 100% 인정하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며 "만약 조합이 해산되면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B조합 관계자도 "사업이 중단된다면 행정취소 소송을 진행하는 등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매몰비용을 서울시가 부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뿐 아니라 시공사도 금전적 피해가 예상된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조합은 직접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어 건설사로부터 대여금을 받는다. 건설사는 사업이 무산되거나 시공사 자격을 내려놓으면 그동안 조합에 지급한 대여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건설사는 조합이 해산되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재산 가압류 소송 등을 진행한다.
시공사 입장에선 사업 과정에 서울시가 개입돼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른바 '갑' 위치에 있는 서울시가 직권해제를 추진한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사업이 무산되면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면서도 "서울시 눈치를 봐야하는 건설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직권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조합 간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일부 사업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목소리를 다시 내고 있다.
C조합 관계자는 "사업이 부침을 겪으면서 지칠대로 지친 조합들이 사업을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조금씩 들리고 있다"며 "서울시가 사업 초반에 반대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고통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