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최종 판단 앞두고, 시장 발전 침해 가능성 논란"


  •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사실상 불허했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불허 판단 기준으로, 권역별 시장 지배적 사업 지위 형성이 우려된다는 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최종 관문만을 남겨놓고 있다. 공정위는 조만간 이번 M&A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날 양사와 ▲경쟁 제한성 ▲방송권역별 지배력 ▲케이블TV M&A 차단 가능성 ▲시장 발전 침해 가능성 등을 높고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에 대한 공정위의 불허 판단이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인지 경쟁을 막는 것인지를 두고 설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그동안 1위 사업자인 KT에 필적할만한 2위 업체가 등장해야 유료방송 간 경쟁이 촉진되고 소비자 후생이 증진된다고 주장해왔다.

    케이블TV(SO) 업계 점유율 1위인 CJ헬로비전과 인터넷(IP)TV 업계 2위인 SK텔레콤 계열 SK브로드밴드가 합쳐지면 시장점유율이 25.77%로,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시장점유율 29.34%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두 회사는 2위 업체의 탄생을 막는 이번 조치가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한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다.

    반면 공정위는 법률과 기존 관례에 따라 심사했으며, CJ헬로비전 방송구역에서 심각한 독과점이 발생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 4일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면서 별다른 시정조치 없이 '주식취득 금지' '합병 금지'라는 조치를 담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에 대해 불허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단 현재로선 M&A에 따른 독과점 폐해 여부 등 경쟁 제한성을 보는 당국과 업계의 견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전국'이 아닌 '구역별'로 살피는 것이 옳다고 봤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고시를 통해 전국 78개 방송구역을 정하고 있으며, 해마다 경쟁상황을 평가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수요 대체성, 공급 대체성 등을 검토해 전국이 아닌 권역별로 시장을 분석해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정부 기관의 시장획정에 따라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법인이 21개 구역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발휘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이 같은 잣대가 방송통신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으며,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방송산업의 규제 완화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는 '시장을 왜 전국 기준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자제 분석 틀을 제시하면서 위원들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 시장에서 경쟁이 약화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와 해외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무산되면 케이블TV 업계 전체가 M&A 불모지대로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케이블TV는 원래 독점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지역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불허 조건이라면 향후 어떤 IPTV 사업자도 케이블을 인수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의 M&A 불허 결정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TV 산업 내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 위기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번 결정과 관계없이 경쟁 제한성 염려가 크지 않은 케이블 업체들은 인수합병 추진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이 19개 구역에서 점유율 1위, 13개 구역에서 점유율 50% 이상, 상당수 지역에서 2위 사업자와 25%포인트 이상 점유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대목을 지적하고 있다.

    다른 케이블TV 업체의 시장 지배력은 현재 어느 정도인지도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M&A 신청 회사들은 공정위의 불허 결정으로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의 기회가 좌절되고, 케이블TV 종사자의 고용불안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합병 후 앞으로 5년간 5조원을 디지털 전환 등 케이블망 고도화, 콘텐츠 산업 지원 등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투자는 유료방송 전체의 투자를 촉진하고,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심의에서는 투자 계획이 방송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비슷한 사업을 하는 경쟁자 간의 인수합병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지, CJ헬로비전의 경영상태는 어떤지 등이 향후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