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정리 '김선동 法' 발의… 매년 정원 2만여명 감축 정원 강제 감축-법인 해산-폐쇄 학교 평생교육원 전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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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 등을 담은 '대학구조개혁법' 국회 통과 여부에 교육부는 강제성 확보를, 대학가는 생존 가능성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이후 양적 성장과 반비례해,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는 대학가 구조개혁을 위해, 교육부가 '근거 법령 통과'를 첫 번째 현안으로 꼽았다.
교육부는 이미 10년 전인 18대 국회부터 대학구조개혁법 통과를 기대해왔으나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의원 입법 형태로 다수의 대학구조개혁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사립대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법인 해산 시, 설립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환원하는 조항을 문제 삼은 야당의 반대로,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교육부는 20대 국회에서만큼은 반드시 대학구조개혁법 통과를 성사시키겠다며, 대학가는 물론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법 국회 통과에 목을 매는 이유는 '절실함' 때문이다.
비뚤어진 대학 입시 풍토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우리 대학의 자생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속력 있는 법령의 제정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등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대학이 자발적으로 정원을 줄이도록 독려하고, 매년 부실대학 평가를 통해 재정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사립대의 퇴출도 유인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향후 대학 입학자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22년까지 대입 정원을 16만명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2014년 1월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교육부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 동안 모두 3단계에 걸쳐 16만명의 대학 정원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기간별로는 2015~2017학년도(1주기) 4만명, 2018~2020학년도(2주기) 5만명, 마지막으로 2021~2023학년도(3주기) 7만명의 대학 정원을 줄일 예정이다.
교육부는 각 주기별 정성·정량 평가를 통해 전국 대학을 5등급(ABCDE)으로 나눈 뒤, 각 등급에 따라 대학별 정원 감축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2차례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을 퇴출된다.
앞서 지난해 8월 교육부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평가에서 B~E등급을 받은 4년제 대학은 4~15%, 전문대는 3~10%의 정원을 감축할 것을 요구받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교육부의 요구사항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했다. 교육부의 권고를 거부한다고 해도 이를 압박할 방안이 없었다.
교육부가 "이번만은 반드시 대학구조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아픈 기억 때문이다.
교육부는 20대 국회 들어서면서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 등이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사실에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김선동 의원은 '대학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육부 대학평가과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부실대학 퇴출 등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관련 법의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동 의원이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은 대학구조조정을 위한 절차와 방식, 기준, 제재수단 등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 및 대학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전국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평가를 진행한다.
교육부는 평가 결과에 따라 재정지원 제한, 학생정원 감축을 명령할 수 있으며 특히 2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에 대해서는 학교폐쇄-법인해산-평생교육시설로의 기능 전환 등을 명령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담고 있다.
앞서 19대 국회에서 논란이 된, 학교법인 해산에 따른 ‘잔여재산’은 공익법인 등에 귀속토록 했다. 다만 설립자에게는, 그가 납입한 설립기본금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일부 재산을 돌려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학생정원 감축으로 발생하는 유효 교육용 기본재산은 수익용 재산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통폐합·학교법인 합병 또는 해산에 따른 학생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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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대학구조개혁법 토론회'에서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 넘어 산…'사회적 합의' 가능할까
앞서 19대 국회에서 당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과 안홍준 의원이 대학구조개혁법안을 발의했지만 무산됐고, 김선동 의원이 18대 국회에서 '사립대학 구조개선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20대 국회까지 이어졌다.
대학구조개혁은 강제성이 높기 때문에 정원 감축, 부실대학 해산 등의 법적 근거를 갖출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과 관련해 '정원 감축'을 대학 재정 지원사업 평가지표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정원 감축을 유도하면서 단순히 정원을 줄이는 것이 아닌,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혁 평가 상위 대학은 사업지원을 위해 정원을 감축하는 반면, 하위 대학은 사업 참여를 외면하면서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평가결과 하위 대학들은, 재정지원사업 선정 가능성이 낮고, 학생 수를 줄이는 것보다 정원을 유지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서울소재 A대학 관계자는 "재정지원 사업 선정은 대학에 중요한 부분이다. 사업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을 신청하게 된다면 정원감축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위 대학은 아예 하지 않아서 오히려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선동 의원실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맡기면 대학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의 경우 정원 감축에 따라 사업이 배정되기도 하는데, 등록금으로 유지하는 부실대학은 학생 수를 줄이지 못한다. 강제 폐교 등 대학평가를 공정하게 하면서 운영이 안 되는 곳은 문을 닫게 하고, 잔여재산은 공익법인에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구조개혁법이 햇빛을 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법률안은 사립대 구조개혁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 해산 시 설립자에게 그가 낸 설립기본금 한도 내에서 일정 재산을 돌려줄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18대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이 조항이 학교 부실을 초래한 설립자의 ‘먹튀’를 보장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향후 법률안 통과 여부를 가늠 짓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 대학 폐교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재적학생의 편입학 문제,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도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충북 소재 B대학과 강원지역 C대학의 경우 일부 학과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자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한 주민 등이 반발했다. 경북의 D대학은 폐교 절차를 밟으면서 인근 대학들로 재학생 편입이 이뤄졌지만, 해당 대학이 편입 대학 학과를 제한하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김선동 의원실 관계자는 “당장 2018학년도부터 신입생보다 대학정원이 많은 구조로 가게 된다. 이러다 대학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학생 수요가 있지만 지방대는 충원 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법률안 통과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잔여재산 귀속 문제는 논의를 통해 돌려주되, 부실경영 등에 대해선 돌려주지 않도록 상세히 따져야 한다. 부실한 지방대를 그냥 두면 오히려 무책임한 결과가 나온다. 학생이 오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는 데, 이를 다른 법인으로 전환해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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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사학' 등 대학 구조 조정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구조개혁법 국회 통과…대학가 '빙하기' 우려
대학구조개혁법 제정 움직임을 바라보는 대학가의 속내는 편치 않다. ‘부실대학 정리’라는 명분에는 이론이 없지만, 교육부가 부실대 퇴출을 명분 삼아,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것은 아닌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경기 E대학 관계자는 "대학 중에는 신입생 모집에 혈안이 돼 학생 끌어모으는 '장사'를 벌이거나, 일단 충원만 바라보고 등록금을 받은 뒤 교육과정 내실화가 부족한 곳도 많았다. 그런 곳을 정리해야 하는데 (일이) 너무 커진 거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가 잣대를 들이대는 것보다 학생,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교육의 70~80%는 사학(私學)이 담당한다. 기여한 공로가 그만큼 있다. (구조조정을) 강제적으로 하는 건 다소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방소재 F대학 측은 "대학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어 지방대는 한계가 있다. 대학구조개혁이 진행되면서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노력을 필요로 하는 데, 자칫 평가 요소를 채우지 못해 강제적으로 정원 감축 명령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정도는 덜하지만, ‘강제적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은 서울 및 수도권대학들에게서도 읽힌다. 대형 대학만 살아남을 뿐, 생존을 위해 '무한경쟁'에 나서야 하는 건 지방대학이나 서울지역 대학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가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각종 평가에서 상위 학교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학과나 교육과정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집중하는 분위기다. ‘무한경쟁’이라는 굴레에 교수들이 그만큼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솔직히 대학구조개혁은 불안한 부분이 있다. 국립대나 대형 대학의 경우 안심할 수 있지만, 중소 대학의 경우 학생 감축으로 어려움이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학가에서는 ‘IMF 때와 비슷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