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공연과 노래자랑, 풍자극 등 진행"상식 밖의 행동으로 비난 자초" 지적
  • ▲ 현대차 노조가 지난 23일 관성해수욕장에서 실시한 조합원 어울림 한마당 축제의 모습.ⓒ뉴데일리
    ▲ 현대차 노조가 지난 23일 관성해수욕장에서 실시한 조합원 어울림 한마당 축제의 모습.ⓒ뉴데일리

     
    '두둥두둥둥둥' 관성해수욕장 연안에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분 파업과 대규모 상경 시위를 마친 현대차 노조가 해수욕장에서 축제를 시작하는 광경이다. 댄스타임 및 유명 가수 공연 등이 24일과 25일에 몰려 있어서인지 첫 날 축제는 한산했다.
     
    지난 23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경남 경주 양남면에 위치한 관성해수욕장에서 조합원 어울림 한마당 축제를 열었다. 
    노조는 노조창립 29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3일간 축제에 돌입했다. 이날 행사는 난타 공연과 노래자랑 등으로 이어졌으며, 후반부에는 사측을 압박해 목적을 달성하자는 내용의 풍자극도 펼쳐졌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현대차 노조는 부분 파업을 벌여 1만6000여대의 생산차질을 초래했다. 손실액은 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반기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글로벌 시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막무가내식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오후 7시 공연에 앞서 박유기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무대 위에 올라 조합원과 그 가족들에게 투쟁의지를 전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2016 임투(임금단체협상 투쟁)는 휴가를 끝나고 와야 본격적으로 정리가 될 것이다"라며 "우리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서 회사 측을 압박해 요구를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조합원과 그 가족들도 열렬한 박수를 통해 투쟁을 향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후 무대 위로 올라온 사회자는 관객들에게 무대 아래에 걸려있는 현수막 글귀를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관객들은 현수막에는 적혀있는 '임금동결', '임금피크제', '임금 개악' 폐기하고 파도야 노올자라는 문구를 한 자 한 자 또박또밖 읽어 내려갔다. 그들의 목소리에서 우리들은 하나의 핏줄이라는 먼 근원으로부터 샘솟는 것 같은 그들만의 교감 같은 게 느껴졌다.

    오후 7시 30분부터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첫 번째로 진행된 난타 공연은 축제 분위기를  알렸다. 무대 앞에 마련된 100여명의 관객들은 박수를 쳐가며 템포를 맞췄다.


    조합원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펼쳐진 장기자랑도 이어졌다. 비보이들의 역동적인 춤사위와 흥겨운 음악도 흥을 돋구는데 한 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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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공연을 지켜본 한 관광객은 공연의 주최가 현대차 노조라는 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현대차 노조는 현재 파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앞에서는 투쟁을, 뒤에서는 축제를 벌이는 모순된 모습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귀족노조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외 부부 여행권, 제주도 부부 여행권 등 값비싼 경품까지 내걸며 축제를 벌이고 있는 모습에서 파업의 진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후 9시께 진행된 풍자극 공연은 파업을 독려하는 내용으로 펼쳐졌다. "임금동결을 막아라, 두 주먹을 불끈 쥐어라"라는 가사가 반복됐다. 반복되는 가사와 운율에 일부 관객들은 "중독성 있네"라며 감탄을 마지 않았다.

    이후 장기자랑 참가자에 대한 시상식을 끝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 행사를 진행한 사회자는 "주말, 휴일 없이 장시간 노동해서 어렵게 모은 월급에 대해서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작 정몽구 회장 월급이 1달에 200억이 넘는다"라며 "이를 두고 욕하는 사람은 못봤다. 정말 귀족이 누구인지라는 생각을 생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 가족이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자기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만큼 최저임금도 올라가고 발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현대차 노동자 가족인게 자랑스럽고 또 노동자들이 이런 자리를 만든 것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 2차, 3차 협력 업체는 울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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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행사를 통해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판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의 파업 여파가 2·3차 협력업체의 생계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에서 축제를 벌인 탓이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지난 19일 1, 2조로 나눠 각각 2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20일에는 4시간, 21일에는 2조 조합원들이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22일에도 1조 조합원들은 6시간 부분 파업, 2조는 전면파업을 강행했다. 22일에는 양재동 본사에서 대규모 상경 시위까지 펼쳤다.


    파업 여파는 회사뿐 아니라 2차·3차 부품 협력업체들에게도 미친다. 현대차의 생산 작업이 중단되면서 협력업체들은 임금삭감, 휴가비 반납 등과 같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2·3차 협력업체들이 현대차 노조의 파업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축제와 관련 "피해자는 울고 있는데 정작 가해자는 축제를 벌이며 놀고 있는 꼴"이라며 "상식 밖의 행동으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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