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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녀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는 한국 양궁 역사상 최초이다. 이같은 쾌거에는 비인기 종목임에도 32년간 꾸준히 이어온 현대차그룹의 ‘통 큰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1985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부회장(2005년부터)까지 대를 이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금메달 2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 여자단체전 8연패, 전종목 금메달이라는 놀라운 성과는 정몽구 회장이 양궁 발전의 기반을 처음부터 탄탄히 다져놨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회장은 LA올림픽 양궁여자 개인전에서 양궁선수들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했다.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고,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이어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하고 1997년부터 지금까지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직을 역임하면서 32년간 양궁 저변 확대와 우수인재 발굴, 첨단 장비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약 450억원 이상의 투자와 열정을 쏟았다.◇정몽구 회장, 선수들 위해 한식과 물까지 공수 '세심한 배려'
정 회장의 양궁사랑에 얽힌 일화는 다양하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정몽구 회장이 미국 출장 중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선물로 보냈다. 선수들의 기량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첨단장비들이다. 선수들의 연습량, 성적 등을 전산화해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개발됐다.
양궁의 필수 장비인 활의 국산화에도 앞장섰다. 한국선수들의 체형에 맞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국산 활을 개발해야 한다며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또 정몽구 회장은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끄러운 곳을 찾아가 훈련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음. 코칭스태프와 협회 직원들은 정몽구 회장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훈련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고 이후 꽹과리, 북 등 사물놀이를 하는 곳이나 시끄러운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아 다니며 훈련을 했다.해외 전지훈련 때에도 한식을 항상 챙겨주라 주문하고, 직접 맛있다고 생각한 음식은 따로 포장해 선수들에게 보내주는 등 애정을 쏟았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물을 공수해 준 적도 있다.
◇정의선 부회장,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 구축
대한민국 양궁이 현재 세계 최정상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대물림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2005년부터 부친에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오며, 대한민국 양궁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양궁협회장 선거에서도 정의선 부회장은 투표 참가자 전원의 찬성표를 획득하며 12대 양궁회장으로 재선출됐다.
정의선 부회장의 재임 기간 중 양궁선수단은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으로 수많은 국제, 대륙, 연맹 대회에서 세계 최정상의 성적을 거둬왔다.
또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실력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선발전의 투명성을 높였다. 실력만 있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확고하게 정착시켰다.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도 구축했다. 특별지원으로 일선 초등학교 양궁장비와 중학교 장비 일부를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했다.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중)-후보선수(고)-대표상비군-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완성했다. 그 결과 2015년 경기단체 조직운영 평가에서 대한양궁협회가 평가 사상 최초의 최우수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대한민국 대표 궁사들의 선전과 사기 진작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 정 부회장은 종종 선수들을 찾아가 격 없이 식사를 하며 선수단을 격려했다. 선수들에게 블루투스 스피커, 책 등 작은 선물들을 하기도 했다. 주요 국제경기때마다 현지에서 직접 응원을 펼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우고 있다.
정 부회장은 대표단의 출국 전날인 7월 27일에는 직접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의 대회 준비 상황을 체크하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리우 대회에서는 다른 때와는 달리 선수들의 안전 문제로 따로 경기장 근처 숙소를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선수들이 언제든지 쉴 수 있는 트레일러를 경기장 인근에 마련했다. 대표팀의 의견을 반영해 트레일러 내부를 변경했으며 휴게실, 물리치료실, 샤워실을 모두 갖춰 대회 기간 중 선수단의 컨디션이 최상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경기장 이동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고, 방탄차(투싼,맥스크루즈)를 제공했다. 대회 기간 동안 경기장 인근 식당을 빌리고, 상파울루에서 한식 조리사를 초빙해 언제든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점심에는 한식 도시락을 만들어 경기장 및 선수촌으로 전달하는 등 다방면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통 큰' 포상도 양궁대표단의 피땀 흘린 노력과 성과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86년 아시안게임 1억7000만원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대회 4억원, 2008년 베이징 대회 6억5000만원, 2012년 런던 대회 16억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8억8000만원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단과 코치진에게 총 60여억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