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하이·SK·삼성證 등 그룹사정·당국의지에 M&A시장 '강제등판'"독보적 경쟁력 갖춘 것 아니지만 반드시 팔아야 할 회사도 아니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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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계열 증권사들이 고전 중이다. 업황부진에 자금난 등 모기업의 어려움이 겹치며 비주력 계열사의 설움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증권은 이미 KB금융이 흡수하기로 결정됐고, 현대중공업그룹의 하이투자증권은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의 삼성증권, SK그룹의 SK증권은 매각이슈를 적극 부정하고 있지만 모기업의 사정과 수익성 부진 등을 들어 외부에서는 끊임없이 매각설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4곳 증권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매각이슈가 타의에 의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업의 위기 발생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정리 우선순위가 계열 증권사라는 것이다.


    모기업 입장에서는 계열사 가운데 굳이 팔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증권업이지만 자구안과 관련한 채권단 등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M&A 시장에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이들 증권사의 공통 운명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증권업계 대형화를 추진하려는 금융당국의 의도와도 맞아 떨어진다.


    실제 당국은 중소형사들의 M&A를 유도해 전체 증권사 수를 줄이고 대형화를 추진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실제 이같은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 나가고 있다.


    증권업계도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대형사가 소형증권사들을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이 갈수록 우호적으로 조성되면서 중소형 증권사이자 모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 증권사들이 타겟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금산분리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제정 착수, 2009년 시행에 맞춰 대기업들이 증권사를 인수하며 계열사 편입을 시작한지 불과 10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산업계열 증권사들은 어려움을 맞게 됐다.


    자통법 시행에 따라 기업들은 계열 증권사를 통해 결제업무는 물론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그룹의 운영자금조달을 원활히 함과 동시에 퇴직연금 등 계열사 물량을 넘겨 해당 증권사 역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반면 이같은 그룹 내 순환구조가 계열증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 증권사들이 홀몸으로 수익 창출과 개선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성과를 내며 성장해온 동안 산업계열 증권사들은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산업계열 증권사들이 그룹 내에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반면 수익모델은 한정돼 있어 비주력 계열사 중에서도 비주력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룹차원에서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인수를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이 없다는 현재 상황과 같은 맥락이다.


    증권업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증권사들의 수익성 역시 정체되고 있어 시장에서는 적정 몸값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산업계열 증권사 대다수가 M&A 이슈와 관계없이 내부적으로는 매각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주력 계열사로 매각이 우선순위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금융계열사를 적극적으로 매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그만큼 계열 증권사로서의 역할과 비중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채권·기업금융 등 본사 영업부서의 수익성이 돋보이는 회사이며, 지난해에는 현대선물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현대중공업 그룹 내 금융부문 재편작업도 마쳤다.


    최근에는 파생상품과 트레이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Sales&Trading본부를 신설하고 리테일영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도 단행했다.


    기존에 각각의 본부 소속으로 분리돼 있던 PI팀, 주식운용팀, 장외파생팀을 새롭게 신설된 Sales&Trading본부로 통합해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운용역량을 강화키로 한 것으로 하이투자증권은 본격적으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세차례 유상증자까지 포함해 1조1000억원을 쏟아부었던 하이투자증권을 시장의 전망대로 6000억원 안팎으로는 매각할 수 없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입장을 고려할 경우 실제 하이투자증권 매각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그룹이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세웠는데, 만약 6000억원 선에서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할 경우 현대미포조선은 매각손실을 인식하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연결 손실을 보게 된다"며 "헐값 매각을 그룹은 물론 채권은행에서도 강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사의 금융사 소유 금지 규정에 따라 매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는 SK증권 역시 그룹과 증권 모두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증권사 보유에 따른 이점이 많아 SK증권에 대한 애착이 있고, 최태원 회장 역시 그룹 내 금융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매각보다는 보유가 우선순위"라며 "만약 그룹이 SK증권 지분을 반드시 처분해야 할 경우에도 SK 보유지분이 10%에 불과해 방계계열회사(비지주 계열사)로 SK증권 지분을 넘기는 방안이 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