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천시청 전경. ⓒ 사진 연합뉴스
    ▲ 인천시청 전경. ⓒ 사진 연합뉴스

인천시가 도시를 대표하는 BI(Brand Identity)를 바꾸기 위한 전담 부서를 만들고, 시민 상대 공모를 진행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안상수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06년 ‘Fly Incheon’을 BI로 확정하고, 지난 10년간 사용해 왔다.

‘Fly Incheon’은 제정 당시부터 ‘인천’만이 지닌 고유의 가치와 색채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Fly Incheon’이 인천국제공항을 연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인천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어색하고 낯선 표현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 영문 ‘Fly’가 명사로 ‘파리’를 뜻한다는 점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BI로 적절치 못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 ▲ 인천시를 상징하는 BI ‘Fly Incheon’. ⓒ 사진 연합뉴스
    ▲ 인천시를 상징하는 BI ‘Fly Incheon’. ⓒ 사진 연합뉴스

  •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7월, ‘브랜드담당관’을 신설하면서, BI 교체 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인천시는 초대 브랜드담당관으로 광고전문가 박혜란(52) 전 SK텔레콤 상무를 영입하고, 브랜드담당관실 안에 브랜드전략팀을 구성하는 등 BI 교체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나섰다.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을 상징하는 광고카피 ‘생각대로T’를 만들어낸 박혜란 브랜드담당관은, 1988년부터 20년 이상 광고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스타 광고인’ 가운데 한명이다.

    시는 일반시민 300명이 참여하는 ‘인천 브랜드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시민을 상대로 작품을 공모하는 등 새 브랜드 개발에 시민의 참여 폭을 넓혔다.

    시는 이와 별도로,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외부 전문기관에 브랜드 및 상징물 개발 타당성 연구용역을 맡겼다.

    시는 지난달 16일, 시민공모와 전문가 자문, 시민위원들의 투표 등 절차를 거쳐 BI 후보작 3점을 간부회의에서 공개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공개된 후보작을 본 시 간부들은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는 브랜드전략팀을 중심으로 BI 추가 개발, 전문가 자문회의, 시민 워크숍 등을 잇따라 진행하면서, 옥석을 골라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인천시의 BI 개발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은, 개발완료 및 새 BI 공개 시점이 너무 촉박하게 잡혀있다는 것이다.

    시의 계획에 따르면, BI 개발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 끝나야 한다. 시는 새 BI를 ‘인천시민의 날’인 다음달 15일, 전격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가 당초 세운 일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새 BI 개발은 졸속 추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개발완료시점을 불과 30일 앞두고, 전문가 자문과 정교화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만약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일정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체할 수 없다.

    인천의 미래 비전과 가치를 담은 제대로 된 BI 개발을 위해서는, 유정복 시장이 ‘시민의 날’을 맞아, 새 브랜드를 공개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청 내부에서도 “이달 말 브랜드 개발 완료는 무리”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일단 목표는 원안대로 잡고 있다. 자문위원들과 협조를 하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를 대표할 브랜드 개발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정에 쫓겨 그런 얘기를 듣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