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 기회 찾은 일본 위스키 산업, 수년간 침체기 이후 2011년부터 평균 8.1% 성장세제품, 유통 기반 마케팅에서 소비자 경험 확대 전략으로 패러다임 전환… 밀레니얼 세대 공략특정 장소, 상황에 제한된 소비에서 언제 어디서나 가볍고 편하게 즐기는 문화로 변신 도모
-
-
-
-
▲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 ⓒ디아지오코리아
"수년간 침체됐던 일본 위스키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위스키 고유의 정통성을 꾸준히 소비자들에게 알려온 노력이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디아지오는 단순히 반짝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정통성을 내세워 침체된 국내 위스키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겠습니다."
[일본 후쿠오카=김수경 기자]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는 지난 2일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위스키 시장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한국 위스키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 대표는 "일본은 아시아에서 위스키 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라며 "위스키의 가치와 정통성을 바탕으로 '위스키는 좋은 술' 이라는 긍정적 인식과 대중적이고 친숙한 위스키 문화, 위스키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까지 한국 보다 크게 앞서 있다"고 일본 시장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 위스키 시장도 특정한 한 두 가지 제품의 성공만으로는 위스키 문화를 키워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과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한국 위스키 문화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3가지 전략을 밝혔다.
먼저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위스키를 '유흥업소나 특정 행사가 있을 때문 마시는 술'로 인식하지만 좀 더 친근한 술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문화와 식생활 등 소비자 패턴과 맞아 떨어질때 탄탄한 위스키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로는 소비자들이 위스키를 마셔야 하는 타당성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새로운 소비 주력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Millennials,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세대들이 언제든 가깝고 쉽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음주 옵션으로 위스키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 지식을 와인 못지 않게 전파해나갈 예정이다.
와인을 즐겨 마시는 고객들이 술을 마시면서 원산지나 숙성 방법, 종류, 와인에 얽힌 스토리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위스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조니워커의 경우 최근 레스토랑, 펍, 이자카야 등 기존에 위스키를 판매하지 않는 장소에서 소비자 조사를 펼치면서 위스키의 가능성에 대해 확인했다"며 "소비자가 부담 없는 가격으로 보다 다양한 장소 또는 기회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용 방법을 곧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덜고 새로운 위스키 문화를 만들기 위해 조니워커 200ml 소용량 제품을 다음달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누구나 쉽게 정통 스카치 위스키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 혁신을 이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도주를 비롯해 다양한 플레이버 등 새로운 위스키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최근 국내 위스키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라면서 "디아지오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 리더 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행을 따르기보다 일본 시장의 사례와 같이 위스키의 핵심 가치와 정통성을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건전하고 탄탄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반짝 트렌드를 쫓아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기 보다는 밀레니얼 세대와 같은 새로운 소비층에 대해 먼저 깊게 이해하고 유행보다는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소비 패턴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
-
▲ 한국·일본 위스키 시장 출고량. (단위:1000상자) ⓒIWSR
한편 지난 2009년 이후 8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시장과는 달리 일본 위스키 시장은 2009년 이래 최근 8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88년 약 3000만 상자(1상자=9L)로 최대 전성기를 누리던 일본 위스키 시장은 약 20년동안 장기 침체를 겪으며 2008년 약 830만 상자로 1988년 대비 약 72% 감소했다.
이후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며 2015년 약 1500만 상자로 2008년 대비 75% 늘어났으며 2011년부터는 5년간 연평균 8.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시장은 2008년 약 290만 상자였던 출고량이 지난 해 약 170만 상자로 38% 하락했다. 한국 위스키 전체 시장 규모는 일본의 8분의 1 수준.
국내 위스키 시장은 침체기를 맞았지만 올해로 출시 20주년을 맞은 한국 위스키 시장 부동의 1위 윈저의 변화는 주목할 만 하다.
지난해 출시한 W 시리즈(W 아이스, W 레어)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국내 저도주 시장에서 소비자의 호평을 얻으면서 2016년 6월까지 출시 1년 3개월 만에 250만병 판매를 돌파했으며 저도주를 포함한 전체 위스키시장 시장점유율 7% 에 육박할 정도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점유율 7%는 일부 위스키 제조사 전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에 준하는 수준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이런 성공을 발판으로 2017 회계연도(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에도 지속적으로 이노베이션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
-
-
▲ 일본 후쿠오카의 한 바에서 바텐더가 위스키를 이용해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