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방문 '구설수'오락가락 '태도'에 배려 없는 '발언'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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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 3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6을 방문했다. 안 전 대표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과 함께 글로벌 IT 기술과 중소기업의 혁신을 경험하고자 IFA 전시장를 찾았다.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의 방문에 대해 미래산업과 일자리 정책을 선도하는 대선 후보자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IT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그가 세계 3대 IT박람회에 방문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IFA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취했던 태도와 행보에 아쉬움이 남는다.올해로 56회째를 맞이하는 IFA 2016는 독일 베를린에서 2일부터 닷새간 열렸다. IFA는 세계 IT업계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국내 기자들이 단골로 찾는 전시회다. 올해 IFA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출입하는 50여 명의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다.안 전 대표가 IFA를 방문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세부적인 부스 방문 계획만 확인되지 않았다. 안 전 대표가 전시회 이튿날인 3일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독일상공회의소로부터 날아왔다. 연락은 삼성전자가 아닌 전자업체를 담당하는 친분있는 기자 개인에게로 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의 연락처를 몰라 평상시 알고 있던 기자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연락을 받은 기자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출입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기자실에 들러 간담회가 진행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었다.기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소속 언론사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누군가는 예상 질문을 받아 간담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안 전 대표 측에서 간담회를 취소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기자들이 바쁜데 갑작스럽게 요청을 한 것 같다는 설명이 붙었다.간담회는 취소됐지만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 기자들은 안 전 대표를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안 전 대표의 갑작스러운 방문 소식에 삼성전자 관계자들도 당황했다. 상공회의소와 연락을 이어가며 벨기에에 있는 대외협력팀장(부사장)을 급하게 호출했다.하루가 지나며 안 전 대표의 계획은 또 한 번 수정됐다. 삼성전자 부스를 들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기자들 사이에선 안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중소기업의 혁신을 경험하기 위해 왔다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방문하지 않고 계획을 일방적으로 수정하는 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라는 것이다.안 전 대표가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예상 질문을 준비했던 기자들은 안 전 대표를 만나야했다. 데스크로부터 하달된 지시를 완수해야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안 전 대표가 필수적으로 들릴 외국 기업에서 안 전 대표를 기다리기로 했다.3일 오전 11시경, 독일 명품가전 업체 밀레의 행사장에서 안 전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안 전 대표는 대부분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했지만 정치 관련 이슈에는 "정치부 기자 아니잖아요. 숙제를 받고 오셨나요"라고 묻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외국 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을 둘러본 안 전 대표는 점심식사 후 오후 2시쯤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했다. 갑작스러운 방문 소식에 기자들은 같은 시간 진행된 삼성전자 사장 간담회를 뒤로하고 안 전 대표를 만나러 나섰다. 벨기에에서 급하게 날아온 대외협력팀장이 안 전 대표를 맞이했다.안 전 대표는 약 15분간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며 다양한 제품을 체험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제품을 관람했지만 일정거리를 두며 고개만 끄덕이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황스러운 발언도 나왔다. 인상적인 제품을 묻는 질문에 "가전제품을 보러 온 것이 아니다"고 답해 관계자들을 당황시켰다. TV,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홈 기술이 주를 이루는 IFA의 성격을 이해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정치 관련 발언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여야가 싸우는데 역할을 해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번에 했다. 국민의당 때문에 추경도 통과됐다. 국민의당 없었으면 추경 통과 안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IT 관련 전담부처가 사라져 중소기업 지원과 체계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 공인 동물원으로 비유하는 등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도 쏟아냈다.기업 관계자들은 안 전 대표가 보인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떠나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을 방문한만큼 적극적인 격려가 아쉬웠다는 반응이다. 안 전 대표을 만났던 기자들 역시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 전 대표의 방문으로 전시 취재 일정이 엉망이 됐다고 토로했다.안 전 대표는 정치인들이 IFA와 같은 전시회에 방문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이해가지 않는다. 세계 혁신경쟁의 전쟁터에 직접 와보고 우리나라 수준이 어떤지, 우리가 제도적으로 어떤 도움을 줘야되는지 알아야 하는데 현장에 안 온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안 전 대표의 발언은 틀린 말이 아니다.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이 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귀 기울여야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방문으로 전시회 취재를 놓쳐야했던 기자 입장에선 정치인의 방문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기업 입장에서도 정치인의 방문이 홍보효과를 누릴 수는 있지만 배려 없는 행보와 발언은 전혀 반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