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경쟁률 수치는 감소, 당첨확률은 비슷대형사 입찰 적극적 "브랜드 다양화 예상"

  •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청약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택지 신청자격을 제한했지만 중견건설사들은 오히려 느긋한 모습이다. 입찰에 동원하는 대다수 계열사가 이미 LH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9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후 공급공고하는 공공주택용지 1순위 신청은 최근 3년간 300가구 이상 주택건설실적이 있는 업체만 가능하다. 기존에는 주택건설실적과 관계없이 주택법 9조에 의한 주택건설사업자로 등록한 자는 공동주택용지 추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는 '떼청약'으로 발생하는 공공택지 과열 양상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중견건설사들은 공공택지 당첨을 위해 계열사 수십곳을 동원해 입찰에 나선다. 일부 인기 택지지구에선 수백대 1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등장한 남양주 별내지구 A20블록은 경쟁률 694대 1을 나타냈다. 이어 5월 분양한 인천 청라지구 A30블록에도 610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이번 LH 청약조건 강화로 중견건설사는 먹거리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중견건설사 내부 분위기는 느긋하다. 이미 대다수 계열사가 LH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킨 상황에서 입찰참여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계열사 3분의 2 정도가 LH가 제시한 조건을 이미 충족시켰다"며 "신청자격 제한을 받는 소규모 업체가 불참하면 당첨 확률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따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도 "입찰 계열사가 10개에서 5개로 줄면 다른 건설사도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한다"면서 "눈에 보이는 경쟁률은 낮아지겠지만 당첨 확률은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H가 제시한 자격조건이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3년간 300가구 건설실적'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소규모 업체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 중견건설사 택지지구 독식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LH가 제시한 조건은 1년 동안 아파트 1개동 사업을 진행했다면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이라며 "부동산 경기침체로 토지 판매가 어려워지면 LH는 조건을 다시 완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중견건설사들은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어 입찰자격 제한에도 부담이 덜하다. 단순 공공택지 확보에서 벗어나 뉴스테이·도시정비사업 등 다변화에 중점을 두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서다. 

    실제 중견사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대형사가 독식하던 도시정비사업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주택사업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는 데다가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이번 LH 입찰조건 강화로 대형건설사가 높은 경쟁률에 입찰참여를 꺼려했던 공공택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형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에 집중했다. 앞으로 택지지구 확보에 참여한다면 주택사업 구조는 한층 넓어질 수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공공택지는 누구나 욕심을 내고 있다"면서 "입찰 경쟁률이 지금보다 낮아지게 된다면 유리한 점은 분명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