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는 차관보·답변은 차관 더민주 "'식물장관' 자진 사퇴해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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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김재수 장관이 참석했으나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여당이 국감을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야당은 김 장관을 외면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감 시작시각인 오전 10시에 맞춰 국감장에 모습을 보였다. 자리에 앉은 김 장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를 살폈다. 가끔 이준원 차관, 김현수 기획조정실장과 얘기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8분 뒤 야당 의원들이 국감장에 들어왔다. 의원들은 장·차관과 짧게 악수한 후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국감은 10시11분 김영춘(더불어민주당) 위원장의 발언으로 개회했다.
증인선서 시간이 오자 김 장관을 겨냥한 야당 의원의 작심발언이 이어졌다. 이개호 더민주 간사는 증인선서에 앞서 "여당의 유례 없는 불참에 유감을 표한다"며 "국감은 국회의원의 임무이자 도리인 만큼 (여당은)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어 "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와 유감"이라고 운을 뗀 뒤 "쌀값 대란이 몰아치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을 못 내놓고 있고 어려움을 헤쳐나갈지 걱정이다. (농정의 수장인) 김 장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오늘) 질의는 차관에게 할테니 성실하게 답변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황주홍 의원은 여당의 불참에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조속히 (상임위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민 더민주 의원은 김 장관을 향해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김 의원은 "지난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만큼 대통령이 해임하지 않고 장관직을 부여한다 해도 (김 장관은) 자격이 없으므로 자진해서 사퇴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와 격앙된 농민이 국무위원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므로 형식적으로 장관재임이 이어지더라도 사실상 '식물장관'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쌀 수입 반대집회에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씨가 지난 25일 숨졌지만, 김 장관은 백씨에 대한 의견 표명조차 없었다"며 "농정 수장으로서 비보를 접했다면 공개적으로 안타까움을 표했어야 옳지만, 김 장관은 대통령 눈치를 살피고 정권 코드 맞추기에 급급해 하는 등 국무위원 자격·자질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증인선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김 장관이 대표로 증인선서를 하는 게) 적합한지 의문이 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불수용해 법률적으로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선사는 김 장관이 한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증인선서 후 선서문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업무보고에 앞서 "통상적으로 업무보고에 앞서 기관장 인사를 듣지만, 오늘은 생략하겠다"고 김 장관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업무보고는 오경태 차관보가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상대에게 신뢰를 준다는 푸른색 계열 넥타이를 매고 장관 자리에 앉았지만, 답변 기회를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