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고시 이유에 '신중 검토 후 발표하려 했다'…투자자 손실 방치했다는 지적받아
  • ▲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가 2일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하고 있다. ⓒ뉴시스
    ▲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가 2일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약품의 늦장 지연공시로 후폭풍을 맞고 있다. 베링거잉겔하임과 표적항암 신약 ‘올무티닙’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 해지 공시를 신속하게 발표하지 않아 개인 투자자 등의 피해를 양산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공시 내용이 지연된 것에 대해 송구스럽지만 절대 의도하지 않았다”며 "신중하고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 절차상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늦장 공시로 투자자들의 손실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 반 경 미국 제약사 제넨텍과 1조원 상당의 표적 항암제를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바로 다음 날 30일 오전 9시 30분경에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또 다른 표적항암 신약 '올무니팁'의 개발 권환이 반환됐다는 공시를 냈다.

    호재 공시가 나온 지 17시간 만에 악재 공시가 나오면서 한미약품의 주가는 요동쳤다.

    30일 오전 한미약품의 주가는 65만4000원까지 치솟았다가 베링거잉겔하임 악재가 나오면서 18.06% 급락해 연중 최저치인 50만8000원에 마감됐다. 이날 하루만에 한미약품 시총의 1조1682억원이 증발했다.

    한미약품이 호재 공시를 먼저 내놓아 주가가 오르던 장중에 뒤늦게 악재를 공시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넨텍 기술수출 호재 공시 후 베링거잉겔하임 입장 전달 받아

    한미약품 측은 "공시 내용이 다소 지연된 감은 있지만 결코 의도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투자자들의 원성은 커지고 있다.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를 29일 오후 4시 반에 발표했다. 그 후 2시간 반 가량이 지난 오후 7시에 베링거잉겔하임으로부터 올무티닙에 대한개발 및 상업화 권한을 반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날 바로 공시하지 않고 다음날 개장 30분후까지 지연 했다는 것이다.

    공시는 내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낼 수 있어 한국거래소와 면담 없이 언제든지 발표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늦장 대응이라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미약품 측은 “호재 공시 뒤에 곧바로 악재가 터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국거래소 담당자의 자문을 통해 면밀히 검토 후 공시하려고 했다”며 해명했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8조원 상당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형 이슈였던 만큼 계약해지 공시는 중요한 부분이어서 호재성 공시 직후 이 같은 내용을 다시 공시하면 주식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고자 했다는 게 한미약품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업계의 시각은 많이 다르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거래소가 별도로 공시 내용을 사전 검토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기업 측에서 관련 시스템에 입력하면 거의 즉각 공시로 발표된다"며 "한미약품이 지나치게 늦게 대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의 해명은 투자자들을 더 화나게 하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올무티닙 향후 개발 ‘미지수’

    늑장 공시와 부작용 논란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한 가운데 올무티닙에 대한 향후 개발 계획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0일 올무티닙에 대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판매중지 또는 추가 안전조치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한미약품 측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사망 등의 이상 반응이 발생하더라도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이상 반응이 있더라도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병색이 안 좋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다보니 사망사례는 있을 수 있다는 게 한미약품 측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올무티닙 개발 방향에 대해 아직 확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향후 올무티닙 개발 방향에 대해 현재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개발 방향을 확정할 것"고 말했다.

    이밖에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으로 올무티닙 개발 권한을 받은 중국 제약사 '자이랩'마저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는 선을 그었다.

    자이랩은 지난해 베링거잉겔하임에 이어 한미약품과 1000억원 규모의 올무티닙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관순 대표는 "아직 자이랩으로부터 관련 입장을 듣지 못했다"며 “일방적으로 추측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올무티닙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 7억3000만달러(약 8500억원)에 기술수출한 혁신 신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