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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사선 개통이 계획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최근 사업을 포기하면서 위례신사선 프로젝트 임시주간사로 선정된 GS건설이 사업성을 처음부터 재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물산 지분을 분배하는 재구조화 과정도 필요한 상황이라 사업진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시는 당초 예정대로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진 만큼 피해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피해가 지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란 점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GS건설은 "GS건설이 삼성물산의 사업제안서를 그대로 이어받는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삼성물산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업에서 빠진 만큼 GS건설에서도 사업성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는 제안서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컨소시엄에서 삼성물산이 28%, GS건설이 25%의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삼성물산이 빠지면서 GS건설이 주간사 지위를 이어받았다"며 "재무적투자자(FI)들의 구미를 당겨야 하기 때문에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사업제안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위례신사 경전철은 강남구 신사역에서 코엑스와 송파구 법조타운을 거쳐 위례신도시로 이어지는 총 연장 14.83㎞ 도시철도사업이다. 사업비로 1조4253억원이 투입되며 2020년 착공해 2024년 준공예정이다.
당초 이 사업은 삼성물산이 2008년 GS건설‧두산건설‧SK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위례신도시에서 용산을 잇는 자기부상열차 노선사업을 서울시에 제안, 사업자 지위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이 좌초되면서 노선이 위례~신사 구간으로 축소됐다. 이에 사업성이 예상보다 떨어질 것으로 본 삼성물산이 올해 초부터 제안서 제출을 미루면서 사업철회를 검토해오고 있었다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임시주간사인 GS건설이 사업성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컨소시엄 참여사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삼성물산 지분 재분배 과정도 적잖은 잡음이 예상된다.
새로운 사업자가 합류해 삼성물산 지분을 이어받으면 셈이 단순화되겠지만, 삼성물산이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발을 뺀 데다 GS건설마저 사업성 재검토에 나서면서 선뜻 나설 건설사들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컨소시엄 내부에서 지분 재조정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사업성에 지분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기존 수준보다 높은 지분을 갖고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고, 낮은 지분율을 가진 곳들은 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사 A건설 관계자는 "10% 안팎의 지분을 가진 회사들은 어차피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새 사업자가 들어오든 그대로 진행하든 기존 수준의 지분율이면 사업에 참여하고, 아니면 말겠다는 식"이라며 "각 사별 가이드라인이 확고한 만큼 재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발생하는 피해를 지역민들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위례신도시 경우 버스를 제외하고는 강남구 등 서울 도심을 이어주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상황. 출근시간에 버스로 위례신도시에서 강남구 신사동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수도권지하철 8호선 연장선 우남역도 2019년에나 개통될 예정이다.
실제 개통지연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이 지역 주택 및 상가 거래도 뜸해졌다.
송파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경전철이 들어오기로 했다가 잘 안 될 수도 있는 건데, 11.3대책 영향도 있어서 분명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앙역 앞 상가는 웃돈이 5000만원 떨어진 물건이 있다. 매매를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위례신도시 아파트 매매가는 올 들어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부동산114 시세 조사 결과 올해 1월 3.3㎡당 평균 1921만원에 거래되던 위례신도시 아파트는 지난달 기준 평균 2247만원으로 17%가량 뛰었다.
전문가들 역시 위례 부동산시장의 일시적인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위례신도시에 지하철 5·8호선 등 다른 교통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도시 중앙을 관통하는 경전철 계획이 틀어지면 장기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경전철을 통해 신도시 중앙으로 유동인구가 유입되고 상업시설이 활성화되고 이런 효과들이 있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