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A, PS, PVC, SBR 등 구조조정 품목 모두 가격 상승…산업부 시장 예측 수준 '들통'
  • ▲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뉴데일리
    ▲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뉴데일리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주장했던 산업통상자원부가 시장 예측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업계의 비판이 일고 있다.

    16일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된 품목들의 시장 가격이 최근 모두 상승하면서 산업부의 시장 예측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났다"며 "하지만 주형환 장관은 여전히 구조조정 이야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시장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정부가 시장에 어설프게 개입하려다 결국 꼬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정부의 정보력이 어느 수준인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부 주 장관은 지난 9일에 석유화학업계 대표이사들과의 만남에서 구조조정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상황이 변화했지만 전혀 변화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당시 현장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달 민간 컨설팅 업체를 통해 33개 석유화학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분석했고 4개 품목이 심각한 공급과잉에 빠져 있기에 설비 감축이 필요하다고 구조조정 필요성을 제시했다.

    주 장관의 발표가 있은지 한 달이 조금 지난 현재 시장은 정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놓였다는 4개 품목은 현재 모두 가격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선정한 4대 품목은 테리프탈산(terephthalic acid, TPA), 폴리스티렌(polystyrene, PS), 폴리염화비닐(polyvinyl chroride, PVC), SBR(styrene butadiene rubber)이었다. 이들은 합성섬유, 합성수지, 합성고무로 가장 사용처가 많은 석유화학제품이다.

    석유화학의 호황을 예측한 사람들은 많았다. 업계 종사자 대부분은 주 장관의 구조조정 이야기에 대해 불황과 호황이 이어지는 사이클 사업인 석유화학을 이해하지 못한 산업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고 석탄 가격 상승에 따른 중국 화학제품 생산량 감소가 우리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호황은 석탄 가격 상승과 연결돼 있다. 석탄을 원료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국이 석탄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 차질로 주요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crude oil)에서 생산된 나프타(naphtha)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우리는 저유가에서 안정적인 생산을 통해 수익 개선을 시현하고 있다.

    한편, 자유시장을 훼손하는 참견을 당연시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도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행정고시 출신의 권위주의 발상이 업계 발전을 저해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주 장관이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 아래에서 차관으로 있을때 만든 '알뜰주유소'는 현재 정유업계에서 최악의 정책으로 통한다. 오르는 기름값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가짜 경쟁 구도를 만들어 언발에 오줌을 눴지만 현재는 버리지도 취하지도 못하는 사족이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