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벽지 노선 보조금 650억 삭감코레일 "열차운행 절반 줄이고 업무 외주 확대"
  • ▲ 코레일 사옥.ⓒ코레일
    ▲ 코레일 사옥.ⓒ코레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노조의 역대 최장기 파업 속에 철도 민영화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노조는 코레일의 이중성이 드러났다며 홍순만 사장의 퇴진을 이번 파업의 목표로 삼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코레일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정부예산에 공익서비스(PSO) 보상예산이 2962억원 반영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올해 3509억원보다 547억원 삭감된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경전선·동해남부선·영동선·태백선 등 7개 벽지 노선 운영에 따른 손실보상액은 올해 2111억원에서 1461억원으로 650억원이 삭감됐다.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노인·장애인에 대한 무임운송·운임할인과 함께 수요가 적은 벽지 노선을 운영하고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PSO 비용을 정부로부터 보상받아왔다.

    코레일은 PSO 보조금 삭감으로 벽지 노선 열차운행 횟수의 대폭 축소는 물론 역사 무인화를 통한 인력감축 등 업무 효율화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벽지 노선을 운행하는 하루 112개 열차를 승차율 분석과 대체 교통수단 등을 고려해 절반인 56개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16개 역의 무인화를 추진해 인력 효율화도 시행할 방침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런 효율화를 시행하고도 코레일이 174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코레일은) 화물운송 최적화를 위한 물류시스템 개선과 차량 검수, 선로 유지보수, 열차 승무, 수송업무에 대한 외주화를 확대하는 등 업무 전 분야에 대해 강도 높은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PSO 예산 삭감을 빌미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사실상의 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파업의 계기가 된 성과연봉제 강행처럼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홍 사장은) 국회 야당의 파업 중재안 거부에 국토부와 찰떡 호흡을 보이더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벽지 노선 예산 삭감에도 싫은 소리를 내지 못한 채 뒷짐만 진 셈"이라며 "코레일은 이번 PSO 예산 삭감을 내부 구조조정에 활용할 게 뻔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위탁받은 시설유지보수 업무 예산도 300억원쯤 삭감된 것으로 안다. 이는 직원 500명분의 인건비에 해당한다"며 "직원 500명을 줄이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코레일의 업무 외주 확대 방침을 사실상의 민영화로 규정하고 홍 사장 퇴진을 요구하겠다는 태도다.

    코레일은 업무 외주 확대 등은 업무 효율화일 뿐 민영화가 아니라는 견해다. 코레일 관계자는 "업무 효율화는 해마다 시행하는 것"이라며 "내년은 PSO 예산 삭감에 따라 더욱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지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노조는 홍 사장 퇴진을 본격적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미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홍 사장을) 고소한 상태"라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애초 노조는 지난달 24일 대전에서 열려다 취소했던 확대간부규탄결의대회에서 홍 사장 퇴진을 공식 투쟁 안건으로 내세우려 했었다. 당시 코레일이 이달 2일부터 시작하려던 징계위원회를 잠정 연기하면서 노조도 결의대회를 취소하며 파업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코레일이 업무 외주화 확대 방침을 발표하면서 외려 노사 간 갈등의 골만 커졌다.

    한편 철도 파업은 5일로 70일째를 맞았다. 야당의 잇따른 중재안이 무산되면서 파업은 악화 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전체 열차운행 대수는 2842대에서 2349대로 줄어 운행률은 82.7%를 보였다.

    KTX 열차와 통근열차는 평소처럼 운행했지만, 수도권 전철은 2052대에서 1779대로 줄어 운행률 86.7%를 나타냈다.

    새마을호는 46대에서 27대로 줄어 운행률이 58.7%에 머물고, 무궁화호는 268대 가운데 167대만 운행해 운행률은 62.3%다. 화물열차는 208대에서 108대로 줄어 운행률이 51.9%에 그친다.

    이날 오전 6시 현재 파업참가자는 7077명, 복귀자는 708명으로, 파업참가율은 38.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