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서 3개 사업 수주 유력현대산업, 연말 수주전 '전패' 멍에
  • ▲ 남천2구역 주택재건축 현장 철거 작업 현장. ⓒ연합뉴스
    ▲ 남천2구역 주택재건축 현장 철거 작업 현장. ⓒ연합뉴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연말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누적수주 순위 최상단에는 대림산업이 일찌감치 자리한 가운데, 대규모 사업지들이 이번 주말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두고 있어 순위가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도합 2조원대의 사업이 남아있는 부산에서 막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GS건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응찰한 사업지 3곳에서 모두 승기를 잡을 경우 현재 2위인 현대산업개발을 밀어낼 수 있기 때문. 현대산업개발 역시 해당 사업지에 참여한 만큼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시공사선정총회에서 현대건설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 총 3조3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리면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 1조6275억원 △롯데건설 1조4009억원 △대우건설 1조4000억원 △현대건설 1조2624억원 △SK건설 1조1559억원 △포스코건설 1조358억원 등이 1조원 이상 수주했으며 △GS건설 9459억원 △현대엔지니어링 8022억원 △한화건설 3964억원 등은 1조원을 하회했다. 주택 브랜드 '래미안'으로 잘 알려진 삼성물산은 올해 수주 실적이 없다.

    이 가운데 지난해 8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리면서 '왕좌'에 올랐던 GS건설의 행보가 주목된다. GS건설은 연말 최대어로 꼽히는 3개 사업장에 모두 출사표를 던진 상태.

    1조4000억원 규모의 부산 수영구 남천2구역 사업에 응찰했으며 6300억원 규모의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사업에는 포스코건설(45%)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 또 2100억원 규모의 서울 서초구 방배경남 재건축 사업에는 호반건설과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GS건설 쪽이다. 오는 18일 시공사선정총회가 예정된 남천2구역 사업의 경우 현대산업개발과 경합 중이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 측이 지난달 이 사업장에서 서울 본사 영업팀을 철수하는 등 입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포기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GS건설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인근 A공인 대표는 "앞서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사업지(방배경남)에서 발을 뺀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지만, 남천2구역에서 수백명의 홍보요원을 투입했다가 갑자기 철수한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서울 중랑구 면목3구역에 대한 수사 때문'이라는 등의 의견도 있지만, 결국 브랜드와 사업 조건에서 밀려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 사업은 기존 33개동·3060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지하 2층~지상 최고 61층·12개동·3200가구로 재건축하는 공사로, 사업규모만 1조4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에 앞서 17일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인 우동3구역 사업에서도 GS건설은 대우건설(50%)의 손을 잡은 현대산업개발과 대결한다.

    이곳 역시 GS건설의 우위가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입찰 마감 당시 GS건설 컨소가 제시한 도급공사비는 6251억원으로, 현대산업개발 컨소의 제안(6621억원)보다 저렴하다. 이주 및 철거기간, 공사기간 등에서 GS건설 컨소 측의 제시 기준이 미세하게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GS건설의 파트너인 포스코건설 역시 최근 대구 수성구 지산시영1단지 재건축 수주전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사업은 지하 2층~지상 최고 39층·3030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예상공사비는 6000억원 규모다.

    같은 날 시공사선정총회가 열릴 예정인 방배경남 재건축 사업에서도 GS건설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당초 이 단지도 현대산업개발과 맞붙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대산업개발이 막판 수주심의 부결로 수주전에서 빠지면서 호반건설과의 대결이 성사됐다.

    업계에서는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한 호반건설보다 서울 강남권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가 강한 GS건설이 수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건설이 최근 몇년간 안정적으로 '호반베르디움'을 공급해 오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한 것은 맞지만, 아직은 '자이'에 비해 네임밸류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1980년 입주한 450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20층·8개동·752가구 규모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사업규모는 2100억원가량이다.

    이에 GS건설이 대림산업에 이어 올해 정비사업 신규수주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S건설이 현재 경합 중인 사업장 세 곳에서 모두 시공사로 선정된다면 3조원가량의 실적을 올리게 된다"며 "지난해 '역대급' 수주고를 올린 탓에 올해와 차이가 크지만, 2위 자리는 노려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현재 2위인 현대산업개발은 GS건설 등에 밀려날 뿐만 아니라 연말 정비사업 수주전 '전패'의 오명을 쓰게 된다.

    방배경남과 남천2구역에서 본사 영업팀을 철수시켜 우동3구역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팔달1구역 수주팀으로 합류시켰지만, 지난 4일 팔달1구역은 시공사선정총회에서 현대ENG를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사실상 남은 사업장이 우동3구역이 전부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올 하반기 정비업계 최대 이슈는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조기 철수와 정비사업 '초짜'로 꼽히는 현대산업개발에게 현대ENG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면서도 "우동3구역마저 GS건설의 수주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만큼 어떤 총력전을 펼쳐 마지막에 웃게 될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7일과 18일에는 부산 동구 초량3구역과 2구역의 시공사선정총회도 각각 진행된다. 426가구 규모로 재개발되는 3구역에는 호반건설과 일성건설이 2파전을 벌인다. 이곳은 현재 조합장이 해임된 상태로, 조합장 직무대행의 주도로 총회가 열린다. 초량2구역에는 호반건설과 쌍용건설이 참여해 경쟁구도를 그리고 있다. 175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