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웃돈 매수세 추춤직주근접 입지 반영 미래가치 여전
  • ▲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전경.ⓒ뉴데일리
    ▲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 전경.ⓒ뉴데일리


    "강남이 4000만원(3.3㎡ 기준)이 넘는데 강북이라고 그 정도 못 따라갈 이유가 없죠. 같은 가격은 아니더라도 3000만원 이상은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A 중개사무소 대표>

    "분명한 고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간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았던 거죠. 금방 붙은 불은 쉽게 꺼지기 마련입니다." <B 중개사무소 대표>

    서울 강북 도심에서 3.3㎡당 3000만원이 넘는 단지가 등장했다. 강북에서 한강변과 주상복합을 제외하면 일반아파트 기준으로 최고가라는 의견이다.

    21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종로구 경희궁 자이 전용 84㎡ 분양권 실거래가가 10억2717만원을 기록하며 3.3㎡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

    2014년 11월 당시 경희궁 자이 3.3㎡당 분양가는 약 2300만원. 고분양가라는 논란 속에 완판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되며, 서울 대표 미분양 단지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이후 분양시장 훈풍을 그대로 흡수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현재 분양가 대비 최고 2억원 웃돈이 붙은 상황. 전용 84㎡ 전세 매물은 약 7억원선으로 분양가에 육박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강북 도심에서도 보기 어려운 대단지(2533가구)라는 희소성을 갖췄다"면서 "강북을 대표하는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자이 로프트 등 다양한 특화설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 흥행… 집값 상승 이끌어 

    경희궁 자이는 학군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직주근접이라는 입지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 역세권 입지로 여의도까지 환승없이 이동할 수 있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꼽히는 광화문까지 도보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올해 마포구에 등장한 단지 성공이유도 직주근접이다. 광화문·종로·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 출퇴근 수요가 튼튼하는 것을 입증했다.

    분양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주변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선보인 신촌숲 아이파크 3.3㎡당 분양가는 평균 2200만원. 신촌그랑자이도 2350만원에 등장했다. 이들 단지 모두 조기 완판에 성공했다. 

    교남동 A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경희궁 자이는 마포구 분양 단지보다 도심 중심가에 있다"면서 "최근 시세는 주변 분양가 상승과 입지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 ▲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 내부 모습.ⓒ뉴데일리
    ▲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 내부 모습.ⓒ뉴데일리


    ◇"직주근접, 충분한 가치" vs "부동산 하락세, 고점이다"

    강북에서도 3.3㎡당 3000만원 단지가 등장하면서 추후 미래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 훈풍에 힘입어 단기 고점이라는 의견이다. 정부가 내놓은 11·3대책과 대출규제 등이 위험요소로 꼽힌다. 또 내년부터 증가하는 입주물량이 부동산 시장을 어둡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다.

    매수 희망자들도 억대 웃돈이 붙은 분양권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내년까지 기다려보겠다며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많다는 게 인근 개업공인중개사 설명이다.

    B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집값을 누르겠다는 의도 아니냐"면서 "매매시기를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입지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학군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웃돈이 형성된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달 경희궁 자이와 길 하나로 맞닿아 있는 경희궁 롯데캐슬(195가구)는 3.3㎡당 2250만원에 등장했다.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43대 1을 기록하며 11·3부동산대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강북 도심에서도 업무지구가 가까운 입지 특성을 비춰보면 단순히 비싸다고만 할 수 없다"면서 "학부모 선호도는 부족할 수 있지만, 직장인 수요는 꾸준해 집값하락 가능성은 적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시세 형성을 위해서 인근 단지 흥행 뒷받침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경희궁 자이 인근으로 시세를 비교할 만한 대단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대규모로 조성되는 아현·북아현 뉴타운이 시세를 받쳐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정부가 다운계약서 단속에 나오면서 분양권 호가를 높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도자에게 자신이 부담하는 양도소득세를 떠넘기고 있다. 

    A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다운계약서 작성 대신에 분양권 가격에 세금을 얹어 호가를 책정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