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및 수급 상황 협상, 경쟁 넘어 새로운 파트너십 기대"구동방식 등 큰 문제 없어…적극 협조키로"


  •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 공급을 요청받은 LG디스플레이가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연간 5200만대의 LC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기술, 효율성, 가격 경쟁력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전자업체 샤프의 패널 공급 중단 통보를 받은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LCD 패널 공급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2분기를 목표로 40~60인치대 프리미엄 제품을 요청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전체 판매량의 7%에 해당하는 3~400만대의 패널을 샤프로 부터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 그룹이 일방적인 공급 중단을 통보하며 패널 공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어려움에 빠진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다수의 업체에 패널 공급을 요청을 했지만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수백만대의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손에 꼽히는 상황이다. 특히 샤프가 공급하던 패널이 프리미엄 제품군에 해당해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만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됐다.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는 불문율을 깨고 최대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패널 공급을 공식 요청했다. 경쟁사 간 협력 관계가 구축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과 LG의 액정 구동방식 차이를 들어 패널 공급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삼성과 LG가 각각 VA, IPS 패널을 사용하고 있어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삼성이 이미 IPS 패널을 사용하고 있으며 설비 투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일부 모델에서 중국 BOE의 IPS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패널 사용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추가 설비투자 역시 금형 등 모델 변화에 따른 비용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공급 단가와 수급 상황이 협력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97~98% 수준으로 삼성전자가 요청한 패널을 추가로 생산할 경우 가동률은 100%를 초과하게 된다. 1년 내내 생산라인을 초과 가동해 공급량을 맞춰야한다는 뜻이다.

    사실 초과 가동은 잔업과 직원 확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단가 상승이다. 패널가 상승은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는 삼성전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프리미엄의 보급화를 전략으로 내세운 삼성전자 TV 사업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요청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간 협력을 강조해 온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태도를 감안할 때 패널 공급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부족한 물량의 절반씩을 나눠 추가 생산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패널가 상승을 최대한으로 막을 수 있고 경쟁사 간 협력 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