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道政 어쩌나… "선거법 개정으로 규제 필요"
  • ▲ 행사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왼쪽부터) ⓒ 뉴데일리 DB
    ▲ 행사에 참석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왼쪽부터) ⓒ 뉴데일리 DB



    박원순, 남경필, 안희정, 원희룡 등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새해 인사를 통해 대선 출마를 암시한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은 암울한 시대와 위대한 역사가 교차하고 있다"면서 "이제 시대교체의 때가 됐다. 보낼 것은 보내고, 끝낼 것은 끝내야 한다"면서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다음날인 2일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결심이 섰습니다'라는 글에서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에 평생을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 ▲ 2일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힌 박원순 시장의 페이스북 글 ⓒ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 2일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힌 박원순 시장의 페이스북 글 ⓒ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신년사에서 박 시장은 "(촛불 시위가 열린) 광장에는 대통령의 무능과 부패, 낡은 체제에 대한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고 새로운 사회, 새로운 체제, 새로운 국가에 대한 갈망이 출렁였다"면서 "국민들은 광장의 민주주의를 통해 과거의 대한민국과 결별을 선언했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서막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대한민국은 단지 박근혜 대통령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껏 한 번도 없었던, 그러나 우리가 늘 마음속으로 꿈꾸던 나라를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대선 출마의 뜻을 드러낸 박 시장의 정치적 행보가 계속되자 시정 공백을 우려하는 일각의 목소리가 높다.

    강감창 서울시 의원은 "민심이나 국민의 요구는 제 위치에서 지켜야 함에도 박 시장은 시대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채 과거 정치인들의 인기주의만을 답습하는 것 같다"면서 "떨어지는 박 시장의 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정을 외면한 채 정치적 행보에 집중하는 것은 민심을 잃는 행동"이라며 "본인의 역할에 충실할 때 시민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같은 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정권교체와 대선 출마의 뜻을 시사했다.

    신년사에서 남 지사는 "대통령 탄핵소추로 국가리더십이 실종되고 정치권은 전에 없던 격변기를 맞고 있다"면서 "작은 촛불이 만들어낸 거대한 민심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부터는 정치권이 역사와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라며 "대립과 불통, 독식의 구체제를 청산하고 자유와 공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미래비전과 대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 신당 창당을 선언한 남 지사는 지방 강연과 토론회, 촛불 집회 등에 참석하면서 정치적 외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익명의 경기도의원은 "남 도지사가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며 일부 도민들이 도정 공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기도는 양당 분권 형식의 연정(聯政)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부지사, 양당 대표단 등이 지사의 정치 행보에 따른 공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 도지사도 신년사를 통해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 도지사는 "지난해 말 대한민국을 뒤덮었던 촛불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밝힌 빛"이라며 "국민적 공분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가는 여러 도전을 국민의 단결된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면서 "급변하는 안보·외교 환경, 국내외 경제위기, 정치 리더십 공백 등 올 한 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라며 국정 과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국가 혼란의 안정을 시사하는 한편 도정 현안을 주로 언급했다.

    원 도지사는 "국내·외적으로 몰아칠 경제위기에 대응해 도민의 안정된 삶을 지키고 대통령 탄핵심판과 대통령 선거라는 대형 정치상황도 슬기롭게 넘겨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도민사회가 격한 갈등과 대립으로 맞서는 대신 배려하고 포용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해 제주에서는 국책사업으로 확정된 제2 공항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여러 곳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도내 쓰레기 처리, 교통난, 주차난, 주택난, 부동산 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일부 지자체장이 무리한 대권 행보를 보임에도 이를 규제할 법적 장치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단체장의 임기, 출마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정리해야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 지자체장이 수많은 시민과 도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만큼 단체장 본인 차원의 책임감도 필요하다"면서 "지역 주민의 선택으로 얻은 지자체장 직을 차기 선거를 위해 떠나는 것은 민의를 져버리는 것"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