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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태원 회장(사진)에 대한 SK그룹의 사면 청탁을 시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오는 18일로 예정된 상황에서 특검의 다음 타깃이 최태원 회장으로 좁혀지고 있는 것.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태원 회장의 사면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은 “국민감정이 좋지 않으니 사면 정당성을 확보할만한 것을 SK에서 받아 검토하라”고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당시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회의 의장에게 연락해 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김 회장(SK이노베이션 회장)이 먼저 제안을 해서 자료를 준비한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최태원 회장의 사면 사실을 미리 SK에 알려주라고 했고, 김창근 의장으로부터 하늘 같은 은혜를 입었다는 내용의 감사 문자를 받은 것으로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결국 사면에 대한 대가로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원을 냈다.
안 전 수석의 이같은 진술로 최태원 회장의 사면에 있어 박 대통령은 뇌물수수, 최 회장은 사면 청탁에 의한 뇌물공여 적용 여부가 향후 특검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창근 의장은 2015년 7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다.
8월 10일 당시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부회장)이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된 최 회장을 면회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고, 숙제를 줬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여기서 '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그에 따른 '대가'로 보고 있다.
8월 13일 법무부의 특별사면 대상자 발표 이전에 최 회장의 사면을 안 전 수석이 SK에 미리 알려줬고, 김 의장으로부터 감사 문자를 받았다.
최 회장은 8월 14일 자정에 출소했고, 8월 17일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46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사면 대가의 연장선 상에서 SK그룹은 2015년 10월과 지난해 1월에 설립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