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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펀드가 국내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반토막' 신세가 됐다.
국내 주식시장이 그동안 활력을 찾지 못하고 투자자들로부터 소외됐다고 볼 수 있다.
코스피시장은 최근 수년간 소위 일정 지수대에서만 맴도는 '박스피'에 머무는 지루한 장을 이어왔다. 이는 국내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데다 10년 이상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파생상품시장마저 급속하게 쪼그라드는 바람에 코스피시장도 덩달아 역동성을 잃은 탓이다.
주식형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더 나은 수익률을 쫓아 부동산과 특별자산펀드로 급속하게 이동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펀드 설정액 469조3천117억원 중 주식형 자금은 73조6천891억원으로 15.7%에 그쳤다.
연말 기준으로 수치는 2005년(12.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다.
펀드 자금 중 주식형에 투자하는 자금 비중은 2005년 말 12.8%에서 2006년 말 19.8%로 늘었다가 '펀드 붐'이 일었던 2007년 말 39.3%로 정점을 찍었다.
미래에셋 '박현주 펀드'가 큰 인기를 끌며 주식형 펀드로 막대한 자금이 몰리던 시기다.
실제로 주식형 펀드 자금은 2006년 말 46조원 수준에서 2007년 말 116조원으로 급증했다. 2008년 말에는 140조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2008년 말 39.0%, 2009년 말 38.0%로 내려간 데 이어 2012년 말(29.8%) 30% 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2013년 말 25.5%, 2014년 말 21.0%, 2015년 말 19.3%로 급격한 비중축소가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15.7%까지 곤두박질쳤다.
주식형펀드에서 급격한 자금이탈은 주식시장이 그만큼 매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펀드투자자들이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흐름을 이어가자 1,900선 아래에서는 사고 2,100선을 넘으면 환매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그동안 신통하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 평균 수익률 현황을 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주식형 펀드의 3년 수익률은 3.50%, 5년 수익률은 6.28%에 불과했다.
국내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3년 9.03%, 5년 16.83%이었다. 해외주식형은 3년 9.48%, 5년 20.96% 등으로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을 압도했다.
이 때문에 주식형 펀드의 누렸던 인기도 부동산 펀드와 특별자산 펀드로 옮겨졌다.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2006년 말 4조979억원에서 지난해 말 45조6천912억원으로 11.1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특별자산 펀드 설정액은 3조9천345억원에서 48조7천197억원으로 12.4배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