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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9월부터 지동차 환경인증 기준으로 '유로6c'를 도입한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유럽에서 유로6c 적용을 서두르면서 국내도 도입이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현재 유로6c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차량이 거의 없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일부 업체들은 당장 강화되는 환경인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큰 SCR(선택적 촉매 환원장치) 장치를 부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다만 배기가스 저감 장치인 SCR을 추가할 경우 가격 인상과 연비 저하가 불가피해 디젤차량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 기준은 오는 9월부터 기존(0.08g/km)의 2.1배인 0.168g/km으로 강화된다. 단 기존 인증차는 2019년 9월까지 판매할 수 있다.
2020년 1월부터는 1.5배인 0.12g/km로 바뀐다. 이 경우 기존 인증차 판매는 1년간 유예를 준다.
여기에 제2의 폭스바겐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실도로 배출가스 검사가 추가된다. 현재는 실내 인증 기준만 맞추면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래는 5년에 한 번씩 배출기준을 강화해 왔지만, 한-EU FTA에 따라 유로6c 도입이 빨라진 것"이라며 "이전부터 추진해 온 내용으로 자동차 업계 역시 내용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폭스바겐 사태와 같은 디젤차 임의설정을 막기 위해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임의설정에 관한 처벌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처럼 예상보다 인증 강화가 앞당겨지면서 국내 완성차 회사들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국산 디젤차는 대부분 LNT(희박질소 촉매 장치) 방식으로 유로6c를 충족하기 힘들다. 심지어 실외 도로주행시험 결과 질소산화물 배출량 기준을 충족한 차량은 거의 없다.
지난해 환경부가 국내외 주요 자동차업체 대표 차종 20종을 대상으로 실내 인증기준 대비 실외 도로주행시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BMW 520d' 1개 차종만 기준을 충족했다.
조사 차량에는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스포티지, 한국지엠 트랙스, 쌍용차 티볼리 등 국산차는 물론 폭스바겐 투아렉과 골프, 아우디 A3, 푸조 3008, 벤츠 E220d, 포드 포커스 등 수입차도 있었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인 SCR을 장착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SCR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올해 출시하는 디젤 차량에 SCR을 장착할 계획이다. 연내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G80 2.2 디젤에는 SCR 장치가 부착될 전망이다. 향후 선보일 예정인 기아차 스팅어 디젤도 같은 시스템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아차는 지난해 출시한 더 뉴 모하비에 SCR을 장착한 바 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는 최근 포항공대 연구팀과 함께 '고내열성 질소산화물 저감 촉매'를 개발한 바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 물질인 'Cu-LTA'는 기존 촉매 대비 내열성능이 150℃ 개선됐다. 이는 현존하는 모든 디젤차의 배기가스 온도 조건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용화 시 엔진의 사용 영역 확대 및 연비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고가의 기존 물질을 대체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의 경우 이미 캡티바, 올란도 등 SUV 차량에 SCR을 장착해 왔다. 따라서 향후 출시 모델 역시 SCR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삼성은 모그룹인 프랑스의 르노가 이미 EGR(배기가스 저감장치) 작동영역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넓히고 SCR을 이용해 질소산화물 처리능력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쌍용차는 올해 하반기 출시 계획은 없지만, SCR 장착을 통해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디젤차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는 SCR 방식을 적용하면 해결된다"며 "SCR 장착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세팅 등의 과정만 거치면 되는 만큼 국내 완성차 회사들 역시 유로6c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기술이 아닌 가격"이라며 "SCR은 LNT보다 가격이 비싸 자동차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
수입차 업계는 환경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인증을 받기 위해 서두르는 분위기다. 자칫 인증이 늦어지면 국내 출시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서다. 특히 아우디와폭스바겐의 경우 약 2만대에 달하는 차량이 인증 취소로 평택항에 대기 중이다. 서둘러 재인증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이 차량들의 국내 판매가 힘들어진다.
환경부 관계자는 "9월 이후 신규로 판매하기 위해 인증을 받으려는 모든 차는 유로6c를 충족해야 한다"며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차량 역시 마찬가지다. 종전 기준에 따라 인증을 받고 싶은 차는 미리 받으라고 업계에 안내를 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