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의존도 높아 우려 확산… 2015년 메르스 열흘 남짓에 피해 현실화
  • ▲ 크루즈.ⓒ연합뉴스
    ▲ 크루즈.ⓒ연합뉴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관광업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올해 200만 크루즈(유람선) 관광객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크루즈 관광 특성상 당장 피해가 구체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병이 크루즈 관광 취소로 이어지는 데 보름이 채 걸리지 않았던 만큼 피해가 곧 현실화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중심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여행 상품을 팔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상품에는 한국을 거치는 크루즈 여행도 포함됐다.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크루즈 관광객 2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던 해양수산부도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부터 주요 기항지를 대상으로 크루즈 입항 취소 등 동태를 파악하고 나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부산·인천항에 크루즈 동향을 확인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동향은 파악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당장은 크루즈 입항 취소 등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 거로 내다봤다. 크루즈 관광 특성상 입항을 취소하려면 대체 기항지를 물색해야 하므로 피해를 체감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상해에서 출발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경유하는 4박5일 여행상품이 인기인데 16만톤급 크루즈의 경우 일본 후쿠오카 외에는 마땅한 접안시설이 없다"며 "항로의 안전문제와 연료비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당장 우리나라 기항지를 빼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형 크루즈 접안시설을 갖춘 일본 내 기항지로는 나가사키와 구마모토 정도가 거론된다. 구마모토는 지난해 지진 여파로 방문을 꺼리는 추세여서 중국 여행사가 대체 기항지를 물색하는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도쿄나 오사카로 방향을 틀면 여행 기간이 열흘쯤으로 늘어나 대체 상품 판매에도 제약이 있을 거라는 의견이다.

    다만 이런 해수부 설명은 중소형 크루즈는 접안시설을 갖춘 일본의 다른 기항지로 방향을 틀 수 여지가 많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지지난해 국내에서 메르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 크루즈 관광객이 감소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만큼 피해 현실화가 임박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처음으로 확진된 것은 5월 중순쯤이고, 그 여파로 크루즈 입항이 처음 취소된 것은 6월 초쯤이다. 메르스 확진 열흘 남짓 만에 크루즈 입항이 취소된 셈이다.

    이후 크루즈 입항 취소는 7, 8월까지 이어졌다. 애초 정부는 그해 크루즈 관광객 120만명을 유치할 목표였으나 실적은 88만명에 그쳤다.

    중국 여행사가 당장 이달로 예정된 국내 기항지를 빼기는 곤란하지만, 입항 계획이 서너 달 이상 남은 경우 먼저 입항을 취소하고 대체 기항지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오는 6월 중국 톈진에서 관광객 4200명을 태우고 인천을 찾을 예정이던 대형 크루즈가 최근 운항을 취소한 상태다.

    문제는 국내 크루즈 관광의 유커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해수부 집계로는 올해 국내 주요 항을 기항지로 하는 크루즈 입항 계획은 총 968항차다. 인천항의 경우 총 46항차로 이 중 중국발 크루즈가 30항차로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단 중국 현지의 반응은 여행 금지가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크루즈 관광의) 피해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수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크루즈 입국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248만명 유치도 가능하다고 봤지만,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우려로 올해 한국 방문 유커를 20%쯤 줄인 200만명으로 낮춰잡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