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인건비, 포장비 추가 소요… 대형마트 납품 80% 이상이 묶음 형태"대형마트 "제조업체 간 경쟁 심화로 인한 전략일 뿐, 강요한 적 없어""냉동만두는 단품 찾기 어려워" 소비자 선택권 제한 지적도

  •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냉동만두 코너. 단품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김수경 기자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냉동만두 코너. 단품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김수경 기자

    #프리랜서 봉소라 씨(33세)는 최근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냉동만두 제품 대부분이 1+1, 또는 묶음으로만 판매되고 있었던 것. 봉 씨는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1+1을 샀는데 막상 1개짜리 제품을 사려니 찾을 수가 없어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냉동 만두 제품은 대부분 1+1과 같은 묶음 제품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 '비비고 왕교자'를 비롯해 해태제과 '고향만두', 동원F&B '개성 왕만두', '개성 왕새우만두' 등 인기 제품은 물론 타사 냉동만두 제품도 대형마트에서는 대부분 묶음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왕교자'는 국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제품 100%를 묶음 형태로 내보내고 있다. 해태제과 '고향만두'는 90% 이상, 동원F&B '개성 왕만두', '개성 왕새우만두'도 80% 이상을 묶음 형태로 만들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방문한 기자는 냉동만두 코너에서 단품을 찾아봤지만 모든 제품은 묶음으로만 판매되고 있었다.

    대형마트의 판매원은 "냉동만두는 다 1+1이라서 2개를 사도 1개 가격"이라며 "유통기한도 기니까 묶음으로 구매하라"고 말했다. 1개만 파는 제품은 없냐는 물음에는 "없다"고 답했다.

    마트의 자체 상품인 PB 냉동만두 중 봉지 당 1kg이 넘는 대용량 제품은 일부 단품으로 판매하고 있었지만 그 외의 냉동만두는 모두 2개 묶음으로만 판매하고 있었다.

    묶음 제품은 공장에서 완제품이 생산된 뒤 추가 테이핑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테이핑 비용은 물론 시간도 상당 부분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대형마트에 묶음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것.

    대형마트 3사에 냉동만두를 납품하고 있는 제조업체 A사 측은 "우리 입장에서는 1개씩 판매하는게 생산 효율이나 이익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며 "대형마트에서 1+1이나 묶음 제품을 납품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냉동만두 제조업체 B사는 "2개 제품을 하나로 묶는 작업은 기계로 할 수 없어 일일이 공장 직원들이 손으로 직접 테이핑을 하고 있다"며 "제 살 깎아먹기인걸 알면서도 너무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아 모든 업체가 묶음으로 납품하다 보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측은 제조업체에 묶음제품 납품을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특성상 일반 슈퍼보다 단량이 큰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보니 묶음이나 1+1 기획 행사 등을 많이 하고 있으며 이는 냉동만두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제조업체에 이를 요구한 것은 아니고, 냉동만두를 단품으로 파는 제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측은 "최근 냉동만두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제조업체가 저마다 묶음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며 "마트가 제조업체에 묶음 상품만 납품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냉동만두 코너. 단품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김수경 기자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냉동만두 코너. 단품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김수경 기자


    제조업체와 대형마트 모두 이를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냉동만두 제품 대부분이 묶음 형태로 판매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대형마트가 제조업체에 일방적으로 1+1과 같은 행사를 강요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맞춰줄 수 밖에 없었다"며 "냉동만두는 이런 관행이 고착화 되면서 굳어진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대다수 업체가 묶음 제품을 납품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묶음을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밖에 없어 따라가는 입장이고 대형마트는 고객 1인당 평균매입액인 객단가를 높이는데 있어 묶음 제품이 유리하기 때문에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소비자들은 묶음 제품이 더 싸다는 인식이 강하고 냉동만두 대용량 제품 1개를 사서 오래 보관해두고 먹기보다는 2개 묶음을 사서 그때 그때 새로 뜯어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며 "이러한 소비자 심리도 냉동만두 묶음 제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비자의 이런 인식과는 달리 1+1 제품은 1개 가격에 2개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제조업체 측 설명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슈퍼 등 유통 채널에 따라 납품되는 제품별로 중량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 산정을 하기는 어렵지만 1+1은 '묶음'의 의미일뿐 실제로 1개 가격에 2개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형마트에서 1+1, 묶음 제품으로 판매되는 음료나 과자, 생활용품 등과는 달리 냉동만두는 유독 단품을 찾아보기 힘들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논란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