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립고 교사 A씨 "주민 입장으로 올렸다"…30여개 막말 게시
  • ▲ 서울의 한 공립 특목고에 재직 중인 교사가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 등을 인터넷에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뉴데일리경제DB
    ▲ 서울의 한 공립 특목고에 재직 중인 교사가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 등을 인터넷에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뉴데일리경제DB


    현직 교사가 특정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임대(사는) 애들"이라고 비하하고, 중학교 배정을 놓고 고민하는 주민들을 향해 "저 동네분들 정말 지겨워"라는 등의 막말 댓글을 퍼부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께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부동산 정보 카페에는 인근 중학교 배정을 요구하는 입주민들의 서명 운동을 비판하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아파트에 사는 일부 부모가 자녀의 원거리 중학교 배정이 확정되자 서울교육청에  '근거리 배정' 민원을 내기 위해 서명에 나선 것을 놓고 한밤중에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다른 이웃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이글에는 삽시간에 찬반 양론의 11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가운데 '폴xx'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네티즌은 30여개 댓글을 남기며 가장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

    '폴xx'라는 네티즌은 중학교 배정 문제를 고민하는 주민을 향해 "아직도 으쌰으쌰 중이다" "저 동네분들 정말 지겨워" "특혜가 계속되니 권리인 줄 아는 인간들" 등의 글을 남겼다.

    다른 회원들이 "가까운 중학교 배정이 중요하다" "안티가 나왔다" 등으로 반박하자 댓글의 수위는 더욱 올라갔다.

    '폴xx'는 "자기 아이 보내기 싫은 학교에 남의 아이더러 가라하니 그 심보는 뭐죠?" "주민들 주장이 너무 억지스러워서" "비아냥거릴 자존심은 있고 반박할 지성은 없나요?" 등으로 응수했다.

    이 네티즌은 한술 더 떠 "임대 애들 다니는 xx중 보내기 싫고, 집값 떨어질까봐 어거지부리는거라 이해하겠다" "내 소중한 아이를 임대 애들 다니는 학교에 보낼수는 없잖아요?"라며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남겼고 "님들의 욕망은 고결하고 위장전입하는 분들의 욕망은 나쁜가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씁쓸한 주민들은 유독 부정적인 글들을 남기는 네티즌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신원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 ▲ 한 포털사이트 부동산 정보 카페에 남겨진 댓글 캡처 화면. 서울국제고 A교사는 특정 닉네임을 사용하며 중학교 배정과 관련해 임대 아파트 거주 학생을 거론해 논란을 일으켰다.
    ▲ 한 포털사이트 부동산 정보 카페에 남겨진 댓글 캡처 화면. 서울국제고 A교사는 특정 닉네임을 사용하며 중학교 배정과 관련해 임대 아파트 거주 학생을 거론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기자가 수위 높은 여러 댓글을 남긴 네티즌을 추적해보니 놀랍게도 현직 교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확인 과정은 단순했다. '폴xx' 닉네임을 클릭하면 이 네티즌의 블로그로 접속이 가능했고, 블로그 맨 뒤에 등장하는 아이디 'gxxxxxxxxxxx'을 검색하면 이름·학교명·서적 출판 기록 등이 나타났다.

    학교명 등을 통해 재차 검색해보니 이 네티즌은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A교사로 확인됐으며, 취재가 진행되자 그는 관련 글 게재 사실을 인정했다.

    A교사는 "(교사라는)신분에 상관없이 의견을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동네 주민으로서 글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A교사는 게시판 댓글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학부모 B모씨는 "현직 교사가 인근 임대아파트 거주 학생들을 임대 애들이라고 표현하고, 다른 입주민을 향해 막말성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개탄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사도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에 남길 수는 있지만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우려했다.

    교사가 재직중인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은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비하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서울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6일 "(교육공무원은) 품위 유지를 해야하고, 성실하게 근무해야 한다는 등의 윤리 규정이 있다. 물의를 일으켰다면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데, 누군가 민원을 제기해야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가 재직중인 학교측도  "상황을 파악해봐야겠다"면서도 "주민의 입장으로 글을 남겼다고 하지만 논란이 될만한 글이어서 당혹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