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호텔 브랜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대체할 수 있는 자생력 갖춰… 중소형 개별 호텔은 직격탄"단기적으로 고객·매출 감소, 장기적으로 한국 관광 산업 체질개선 시급"
  •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 상품 판매 중단에 나서면서 명동 거리는 한산해졌고 서울 시내 면세점엔 쇼핑백을 양 손 가득 든 고객도 자취를 감췄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점 일 매출은 곤두박질 쳤고 명동 비즈니스 호텔 내 중국인 관광객의 예약 취소율은 30%에 달했다. '큰 손' 중국이 흔들고 간 한국 유통가의 현재 모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 명동 시내 전경. 가운데는 최근 오픈한 알로프트 서울 명동. ⓒ알로프트 서울 명동
    ▲ 명동 시내 전경. 가운데는 최근 오픈한 알로프트 서울 명동. ⓒ알로프트 서울 명동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 조치로 15일부터 '한국 여행 상품 판매 금지령'을 내리면서 서울 시내 3~4성급 비즈니스 호텔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명동 인근 비즈니스 호텔들은 최근 투숙 고객이 감소하고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사실상 한국 여행을 막고 있는데다 중국 내 '혐한' 기류가 점차 확산되면서 명동 시내에 가득 찼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중국인 단체 여행객은 물론 개별 여행객도 한국 여행을 취소하면서 그 타격은 고스란히 호텔로 이어졌다.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 제공을 결정한 지난달 27일부터 3월 12일까지 전주 대비 예약 취소율을 살펴보면 롯데호텔의 비즈니스 호텔인 '롯데시티호텔 명동'은 매일 30%,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신라스테이 광화문'은 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95개국에서 4100여개의 호텔을 가진 아코르호텔그룹이 운영하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명동'은 같은 기간 투숙객 증감률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하면 7% 가량 줄었다. 중국인 단체 고객이 많지 않아 대규모 취소는 없었지만 사드 이전에 비해 예약 들어오는 속도가 느리고 취소도 매일 발생하고 있다.

    전세계 110여개국에 5700여개의 호텔을 보유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확한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예약 건수가 줄고 취소 건수가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티마크 그랜드 호텔의 중국인 관광객 투숙률은 사드 이전에 비해 20% 가량 줄었다. 개별 여행객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오픈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알로프트 서울 명동'과 파르나스호텔의 '나인트리 프리미어 명동Ⅱ'는 운영을 시작한지 아직 1달도 채 되지 않아 사드로 인한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다는 데에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사드 이슈 이전에는 간혹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노쇼(no show, 예약 후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 고객)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취소율이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들 호텔 브랜드들은 모두 대형 호텔 브랜드가 운영하는 비즈니스 브랜드로, 사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모객 활동을 통해 이를 충분히 버텨낼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

    한 호텔 업계의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걸 실감하고 있고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이 빠지는 만큼 타국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충분히 이를 만회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이전에도 메르스, 세월호, 김영란법 시행과 같은 여러 이슈들을 겪으면서 이에 대응할 방안을 갖추기 위한 고민을 항상 해왔다"며 "이미 대부분의 명동 인근 호텔들은 높은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분산시켜야 할 필요성을 예전부터 느껴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호텔 업계 관계자는 "같은 비즈니스 호텔이라고 해도 대형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은 대규모 멤버십 제도가 있고, 중소 비즈니스 호텔들이 갖추기 힘든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어 차별화 요소가 있다"며 "당장 눈앞에 놓인 사드에 일희일비 하기 보다 어떤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내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메리어트 리워즈'(전세계 회원 5700만명)와 '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SPG) 리워즈'(전세계 회원 2500만명)를, 아코르호텔그룹은 '르 클럽 아코르호텔스'(전세계 회원수 2900만명)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신라호텔과 롯데호텔도 각각 '신라리워즈'와 '프리빌리지' 등 자사 멤버십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 ▲ 관련 사진. ⓒ뉴데일리경제DB
    ▲ 관련 사진. ⓒ뉴데일리경제DB


    현재 네이버지도에 등록된 서울시 중구 인근 호텔은 1240개, 이 중 비즈니스 호텔은 564개에 달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에는 지난해에만 호텔 객실이 2000개 이상 증설됐다.

    문제는 대형 호텔 브랜드와 달리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개별 호텔 브랜드들이다. 이들 중소형 호텔은 객실 단가는 5만~10만원 사이로 저렴한 반면 헬스나 사우나, 스파, 레스토랑, 바, 멤버십 제도 등 차별화 요소를 갖추지 못하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높다.

    호텔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동에 중소형 호텔과 모텔이 수백개인데 이들은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잠만 자고 가는 고객이 대부분인데 이런 호텔들은 당장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대부분의 호텔이 내놓은 대책은 동남아 등 타국가 여행객 비중을 늘린다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말이되지 않는다"며 "호텔들이 노력한다고 안 오던 동남아 관광객이 확 늘겠느냐"고 반문했다.  

    명동 지역 호텔 공급이 과잉된 상황에서 문을 닫는 중소형 호텔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호텔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사드가 업계에 매출 타격,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하지만 이를 계기로 업계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인 관광객에만 집중된 의존도를 분산시키고 한국의 관광 산업이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도 심각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한국만의 확실한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로 인해 호텔 업계가 긴장하는 것을 단순히 고객 감소, 매출 감소의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중국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한국 관광 산업 전체가 휘청거린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민간 기업에서 주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한국 관광 산업에 대한 장기적 플랜을 짜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며 "이번 사드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한국 관광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조치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400만명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