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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소주 기업 보해양조의 서울·수도권 사업이 존폐위기에 놓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보해양조 서울사업부에서 근무해 온 마케팅 인력과 영업·기획, 미래전략실 인원 30여명이 최근 장성 공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보해양조 서울사무소에는 보해양조의 모회사인 창해에탄올 직원까지 합해 약 22명 만이 남아있다. 순수 보해양조 직원은 1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삼동 서울사무소 등 관리직, 영업 직원 등을 포함하면 총 50여명이 남았다. 영업 실적 부진 영향으로 영업조직은 기존 4개 지점을 3개 지점으로 통폐합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영업직원들끼리는 주요 상권이 비슷하다 보니 마주치는 일이 많은데 요새 보해양조 영업직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서울사업부 확장한다고 인원을 새로 뽑았던게 얼마 안된거 같은데 다 지방으로 내려 보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안방인 광주·전남 지역에서까지 경쟁 업체에 점유율을 빼앗기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에서 뽑은 인력을 지방으로 내려보냈다는 건 인력을 조정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해양조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로 전환하면서 어려울수록 한군데 모여서 힘을 합쳐보자는 취지로 장성 공장으로 인력을 이동시켰다"며 "서울사업부의 영업직원도 일부 장성으로 옮긴 것은 맞지만 기존 영업지점 인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사업부 인력을 줄인 것은 맞지만 서울·수도권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당분간 보해양조의 안방격인 광주·전라 지역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전략"이라고 헤명했다.
지난 2015년 11월 임지선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보해양조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간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는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기반이 없었던 서울과 수도권으로 사세를 확장하기 위한 행보였다. -
지난해 초 보해양조는 서울사업부에 약 20여명이 넘는 인력을 새롭게 충원하고 '부라더소다', '복받은 부라더', '딸기라 알딸딸', '풋사과라 풋풋', '요거슨 욕구루트', '빠담빠담 빠나나', '자,몽마르지?', '술탄오브콜라주' 등 잇따라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을 펼쳤다.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신제품을 단시간에 쏟아냈다.
국내에 저도 탄산주 열풍을 불러 일으킨 '부라더소다'를 시작으로 부라더 시리즈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이를 앞세워 수도권 주류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보해양조가 이처럼 신제품과 서울·수도권에 집중하는 사이, 안방인 광주·전남 지역 시장의 기반이 흔들렸다. 광주·전남에서 자사 대표제품인 '잎새주'의 힘이 약해지면서 한때 90%를 넘었던 소주 시장 점유율이 하이트진로에 밀려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라더소다'로 저도 탄산주 시장을 선도한 것도 잠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무학 등 경쟁 업체들이 연이어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공격적 영업활동을 펼치면서 보해양조는 차츰 경쟁력을 잃어갔다. 지난 2014년 4월 야심차게 선보인 저도 소주 '아홉시반'은 만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올 초 단종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러한 사업 부진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지난해 보해양조의 매출은 전년 대비 6.7% 줄어든 1155억원을 기록하고 6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보해양조가 부라더소다로 국내 주류 업계에 제품과 마케팅 등에 있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회사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안방 시장과 주력 제품에 다소 소홀했던 것은 사업 배분 전략을 잘못 짠 전형적인 주객전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해양조는 올해 신제품 출시나 공격적 마케팅에 집중하기 보다 주력 제품인 잎새주와 복분자주, 매취순 등을 중심으로 광주·전라 지역에 집중한 영업·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