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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주거권 보장을 위해 대학별로 학내 기숙사 신축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행정 절차에 막혀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새 학기 시작 전부터 방 구하기로 고민이 많은 학생들은 기숙사 부족으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월세를 내고 자취방에 거주해야 한다. 매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만 관할 구청은 기숙사 건축 허가 전 '주민 의견 수렴' 규정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학교는 2013년께 서울 개운산 내 기숙사 신축 계획을 세웠지만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학생 1천여명을 수용하는 고려대 새 기숙사는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15년께 고려대 총학생회는 기숙사 신축 공사를 허용해달라며 촉구했지만 결국 물거품됐고, 지난해 3월에는 4·13 총선을 앞두고 고대 총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 성북구로 주소지를 이전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유권자로서 목소리를 내자는 캠페인이었지만 기숙사 공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고, 고려대가 주민 동의 과정을 마무리해야만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성북구청 측은 "(고려대는) 공원부지에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는 것인데 주민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2014년에 이에 대한 부분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올해까지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같이 성북구 소재인 동덕여대도 고대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제2기숙사 건립 계획을 2013년 내놓았지만 동덕여대가 고려대처럼 주민 의견을 직접 수렴해야 한다고 성북구청을 강조하고 있다. 의견 수렴을 대학에서 추진해야하고, 이를 마무리해야만 자신들이 업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는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 내 기숙사 건립에 관한 계획을 작년 3월부터 추진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방 및 외국 학생 약 2천명을 수용하는 6·7기숙사 건립을 계획했지만 정작 행정 절차에서 가로막혔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우리가 건축 허가를 안 해주는 것이 아니다. 한양대는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다. 반대하는 이들이 있고, 실질적으로 서울시가 (허가를) 내려보내면 우리가 허가를 내준다"고 말했다.
학생복지를 위해 대학들이 기숙사 신축 계획 세워도 주민 의견 수렴을 마무리해야만 실제 건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개운사 기숙사는 추진 중이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변화가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조심스럽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해결해야 하고, 이에 따른 어려움으로 기숙사 설립 계획을 취소하면 학생 반발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임대업을 하는 지역 주민 등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한양대 측은 "간담회, 설명회 등을 통해 (기숙사 건립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 하고 있다. 학생 편의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진척이 없다. 답답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기숙사 신축과 관련해 주민공청회를 계획 중에 있다. 기숙사는 학생 복지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거주 인구의 확대, 공원 재정비로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타 대학 사례를 볼 때 기숙사가 신축되면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소수 주민의 민원이 신축의 걸림돌이 되어왔다. 동덕여대는 지역주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 마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