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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레미콘업계가 최근 M&A를 통해 경쟁구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건설경기 호황에 자금력을 앞세운 사모펀드들이 대거 유입되는 동시에, 동종업체들 역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몸집 불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 동안 시멘트·레미콘업계의 M&A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우선 한일시멘트는 LK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협업해 현대시멘트 인수를 위한 본계약 체결까지 마친 상태다.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 인수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만큼 쌍용양회를 제치고 업계 1위 도약에 성큼 다가섰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현대시멘트를 인수, 사실상 판세를 뒤집은 셈이다.
앞서 쌍용양회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인수됐고, 한라시멘트(구, 라파즈한라)는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를 새주인으로 맞았다. 사모펀드들이 업계에 잇따라 등장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자금력을 갖춘 동종업체들도 M&A를 통해 세력 확장에 나섰다.
삼표그룹은 지난 2015년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뒤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최근에는 브랜드 통일을 위해 CI를 삼표시멘트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를 발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유진기업 역시 지난해 (주)동양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넓혔다. 지난달에는 (주)동양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용건 전 (주)동양 대표 등의 사내이사 해임건을 통과시켜 법정관리 당시 경영진들을 모두 내보냈다. 경영권 확보를 마무리한 유진기업은 레미콘 사업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M&A 열풍에 대해 업계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 금융 위기 이후, 길게는 IMF 이후부터 계속적으로 시멘트 업계는 어려움을 겪어왔다"라며 "시멘트 등은 주채권은행의 여신관리업종 대상인데, 최근 건설경기 호황으로 좀 나아짐에 따라 주채권은행 또는 채권단에서 매각절차를 밝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의 M&A 현황과 매출 등을 놓고보면, 상위권 업체들의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쌍용양회의 지난해 시멘트·레미콘 사업부문 합산 매출은 1조2491억원이다.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쌍용양회는 쌍용머터리얼 등 비시멘트 사업 부문을 지속 매각하며 시멘트 사업군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한일시멘트와 현대시멘트의 지난해 매출을 합산하면 1조5514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게 된다. 드라이몰탈 사업 매출을 제외하더라도 1조2621억원으로 쌍용양회의 매출을 뛰어넘는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레미콘, 골재, 몰탈 등에서 총 68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동양시멘트 6650억원을 더하면 1조3507억원으로 1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삼표산업은 비상장사인 탓에 레미콘, 몰탈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아 골재 부문 매출이 포함됐다.
유진기업은 경영권 장악에 성공한 (주)동양과의 레미콘 매출 합산 시 7985억원을 기록하게 된다.몸집 불리기에 나선 업체들이 건설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 또는 내년부터 생존을 위한 또 다른 경쟁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 판세가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M&A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도 하지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일도 쉽사리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쌍용이나 동양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