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와 새 관계 모색할 수도
-
수협은행 54년 역사상 초유의 은행장 공백 사태가 현실화한 가운데 파행이 정권이 바뀔 때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내 정부·수협 추천 위원 간 견해차를 좁힐 만한 뚜렷한 변수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수협중앙회가 먼저 감사 자리를 내놓는 선에서 물밑 절충을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2일 Sh수협은행에 따르면 행추위가 11일 재개된 논의에서도 은행장 최종 후보를 낙점하지 못했다. 수협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12일 임기가 끝나는 이원태 행장을 대신해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를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애초 상법을 근거로 이 행장이 당분간 권한대행을 맡게 될 거로 예상됐으나 이 행장이 고사함에 따라 정관에 따라 정 상무가 직무대행을 보게 됐다.
수협은행 정관에는 '행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이사회에서 정한 이사가 직무를 대행한다'고 돼 있다.
행추위는 오는 20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그러나 회의가 속개돼도 합의점을 차기 쉽지 않을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행추위가 난항 속에서도 파행만은 막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과는 초유의 행장 공백 사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정부와 수협 측 추천 위원 간 견해차를 좁힐 만한 뾰족한 변수가 없다는 것도 파행이 길어질 수 있다는 데 힘을 보탠다.
현재 행추위를 구성하는 비상근임원(사외이사)은 수협은행이 신경(신용·경제사업) 분리로 수협중앙회에서 독립하면서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는 내년 11월 말까지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사외이사가 자동으로 물갈이되는 게 아니어서 현재의 행추위 내 역학 구도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하지만 차기 정부와 수협의 새로운 관계 형성 여하에 따라 행추위 내 기류가 바뀔 여지는 충분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 행장 인선이 극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그동안 수협은행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이 행추위 내에서 합의점을 찾으려는 변화가 감지된다고 소식을 전했던 만큼 막판 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낱같은 변수로는 수협 측에서 은행장 인선 전에 감사 자리를 먼저 내놓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 측 일각에서 수협이 수협은행 독립 출범을 계기로 행장과 감사를 모두 내부 인사로 채우려고 욕심을 부린다는 시선이 있었던 만큼 감사 자리를 거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강명석 감사는 은행장 공모에 참여한 상태다. 행추위가 압축한 3배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 감사가 자리를 내려놓고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를 계기로 협상이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의견이다.
수협은행은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했다. 정부 측은 자금의 상환이나 수협은행의 경영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게 당연하고, 그러려면 행장이나 감사에 외부 인사가 있어야 한다는 태도다.
감사는 행추위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선임한다. 사외이사 가운데 정부 측 추천 위원 3명과 수협 추천 위원 2명 등 5명으로 감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4명 이상의 지지를 통해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