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국민연금 나흘 간 숨막히는 협상戰…17일 새벽 극적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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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 문턱에서 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국민연금공단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금융당국이 제안한 채무재조정안을 17일 새벽 마침내 수용했다.이로써 이날부터 18일까지 진행될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서는 채무재조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은 지난 나흘 간 숨막히는 협상을 벌였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3일 정부와 산은이 채무조정안을 발표한 이래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하지만 지난 13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장이 전격 회동하면서 협상 분위기는 타결로 무르익는 듯 했다.이튿날인 14일 강 본부장은 "산은과 합의점을 찾았다"는 발표까지 냈다.산은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에게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를 3년 간 상환유예를 요청했다. 산은은 상환유예 몫인 50%는 3년 뒤 반드시 갚겠다고 약속했다.3년 만기 시기인 2020년에 에스크로계좌를 통해 대우조선 여윳돈을 상환용으로 비축해두고 2019년 이후 대우조선 사정이 나아지면 회사채를 조기 상환하겠다고 제안했다.문제는 국민연금이 어떻게 상환할 지를 따지고 들면서다. 국민연금은 급기야 반나절 만인 14일 오후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환보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이에 15일 산업은행은 2020년 이후 대우조선 사정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신규투입하기로 한 2조9천억원으로 갚겠다고 제안했다.또 대우조선 실사를 2년 마다 실시해 현금 흐름이 나아지면 회사채를 조기 상환하겠다고도 밝혔다.국민연금은 3년 뒤 상환할 회사채 50%에 대한 '보증'에 대해 끈질기게 주문했다. "대우조선이 파산하더라도 상환보증을 해 달라"는 요구였다. 정부와 산은 내에서는 국민연금의 요구가 너무 많다는 비판이 쏟아졌다.16일 금융당국과 산은, 수은은 대우조선이 청산할 경우 사채권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을 에스크로계좌에 넣어주고 내년부터 매년 대우조선을 실사해 여윳돈이 있으면 조기 상환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했다.동시에 더이상의 추가 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은 P플랜에 간다는 통보였다.산은과 수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제안서를 전체 32개 기관투자자에게 모두 보냈다.국민연금은 이날 밤 9시가 지나서 투자위원회를 열고 끝내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했다.국민연금은 "만기연장 회사채를 상환한다는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하는 것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전체 회사채 중 약 30%인 3900억원의 회사채를 쥔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다른 투자자들도 사채권자 집회서 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다만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측은 국민연금의 결정이 이날 새벽에 이뤄진만큼 다른 기관 투자자들이 최종 입장을 정리할 투자위원회를 개최하지 못해 '기권'표를 던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국민연금 입장 표명 만을 기다려왔기 때문에 상당수가 같은 입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대우조선해양 채무조재정안 동의를 묻는 사채권자집회는 17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5시 3차례 열리고 18일에는 △오전 10시 △오후 2시 등 총 5번 열린다. 각 집회 참석자의 채권액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5번의 집회 중 한 번이라도 부결되면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에 직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