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데이 1병 주문시 컨디션 1병 무제한 제공 이벤트일부 유흥채널서 1000원에 판매하기도"수도권 확대에 집착… 밑빠진 독에 물붓기 전략" 지적도
  • ▲ 서울 시내 한 주점에 좋은데이 1병 주문시 컨디션 1병 증정 이벤트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수경 기자
    ▲ 서울 시내 한 주점에 좋은데이 1병 주문시 컨디션 1병 증정 이벤트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수경 기자

    경남지역 대표 소주 기업인 무학이 수도권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면서 불법 이벤트까지 벌이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이미 소주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더 이상의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수도권으로 눈을 돌린 것.

    18일 업계에 따르면 무학은 최근 서울 시내 유흥채널에서 자사 소주인 '좋은데이'를 1병 주문할 때마다 숙취해소음료인 컨디션을 1병씩 증정하는 '덤' 행사를 펼치고 일부 주점에서는 1병 당 1000~2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 해당 식당에선 '좋은데이' 주문시 동일 수량의 컨디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주세법상 주류 거래액의 5% 초과하는 소비자 경품을 제공해 판매하는 것은 금지돼 있는 만큼 '좋은데이'를 1병 시킬 때마다 컨디션을 1병씩 주는 것은 불법이다. 좋은데이 출고가는 병 당 1006.9원이기 때문에 출고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국세청 소비세과 관계자는 "거래 금액 5% 내에서만 소비자 경품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처분한다"며 "주류 경품 제공은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 점검을 통해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식당과 유흥주점과 같은 소매점에서 구입가 이하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시 소매점에 100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다만 제조·수입사의 지원을 받아서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학이 지난 2015년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 출시 이후 서울과 수도권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부산·경남 지역에서 워낙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만큼 그 시장에서 번 돈을 수도권 마케팅에 다 쏟아붓고 있는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무학의 충주 소주 공장이 완공되면 연 10만병 이상 소주 규모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서울과 수도권 시장 확장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며 "서울과 수도권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무학이 무리해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학은 창원1공장과 창원2공장, 울산공장에 이어 충청북도 충주에 공장을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에 기반을 둔 소주업체가 타 지역에 공장을 설립한 것은 무학이 처음이며 충주공장은 규모 면에서 기존 공장보다 더 크다.

    신공장 설립은 무학이 소주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자신감이기도 하지만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해내야하는 새로운 과제이기도 하다.

    국내 소주 시장점유율은 하이트진로가 48~50%, 롯데주류 17%, 무학 13% 정도로 추정된다. 지방 소주업체에서 전국 3위 소주 업체로 우뚝 섰지만 수도권 시장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 서울 시내 한 주점에 좋은데이 1병 주문시 컨디션 1병 증정 이벤트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수경 기자
    ▲ 서울 시내 한 주점에 좋은데이 1병 주문시 컨디션 1병 증정 이벤트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수경 기자


    주류업계 관계자는 "경품 행사나 할인 이벤트를 펼치면 반짝 반응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를 지속하려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지속적으로 쏟아 부어야 한다"며 "무학이 언제까지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별 효과없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나 2위인 롯데주류가 경남·부산 지역에서 아무리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행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점유율 1%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무학이 이런 이벤트로 수도권 점유율을 뺏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무학 관계자는 "덤 행사나 가격 할인 이벤트는 본사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 상권 담당 영업사원들이 각각 진행하기 때문에 모두 파악하고 있을 수 없다"며 "수도권 시장 확대를 위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류시장 전체가 침체되면서 무학뿐만 아니라 하이트진로나 롯데주류 등도 불법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정부의 단속이나 누군가의 신고에 의해서만 이를 처벌하기 때문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인데 업체의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주류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무학의 부담감은 배로 커졌다. 무학은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7% 줄어든 2702억원, 영업이익은 20.8 줄어든 52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