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학습자의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 참여 대학들이 최종 선정된 가운데, 이들 학교가 '이화여대 트라우마'를 떨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평교 사업에 앞서 시행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이화여대 사태 등으로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었다. 이에 교육부는 자율성 등을 대학에 부여하며 재개편된 평생교육 사업 추진, 평교 사업 성과에 다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231억원이 투입되는 평교 사업에는 △경희대 △동국대 △명지대 △서울과학기술대 △아주대 △서원대 △한밭대 △가톨릭관동대 △경일대 △부경대 △영산대 △창원대 △순천대 △제주대 △조선대 등 15개교가 이름을 올렸다.
평교 사업 관련 교육과정 마련 등을 위해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단과대학(최대 25억원), 학부(15억원), 학과(7억원) 등 운영 모델에 따라 사업비를 차등 지원한다. 이를 통해 동국대 등 선정교는 유형에 따라 선취업 후진학자, 성인학습자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2018학년도 수시·정시모집에서 신입생 선발에 나선다.
이번 사업은 평생학습자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까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교 사업은 지난해 이화여대 사태 등으로 인해 기존 사업들을 재개편하면서 등장했다. 앞서 선보인 '평단 사업'에는 이화여대 등 10개교가 선정됐다. 이를 두고 작년 7월 '학위 장사' '소통 부재' 등을 지적하며 이화여대 학생들을 이대 본관 점거농성에 나섰고 학교 측은 결국 사업 철회를 선언했다.
이화여대의 불참으로 전국 9개교가 평단 사업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17학년도 수시모집 결과 평단 관련 학과 평균 경쟁률은 0.76대 1을 기록, 정시모집에서는 평균 0.48대 1로 평단 사업 대학 대부분 미달 사태를 겪었다. 결국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은 추가모집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단 관련 학과 충원율은 60%, 정원내의 경우 90%였다. 평단 사업의 경우 작년 7월에 최종 선정 대학들이 나왔는데 수시모집은 9월이었다. 홍보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던 거 같다. 늦은 참여 대학 선정 결과 발표, 이화여대 사태 등으로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평단 사업은 '평생학습중심대학 지원사업'을 통합해 평교 사업으로 재개편됐지만 예산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화여대 사태 등을 우려한 교육부는 '구성원 소통 여부'를 평가 지표에 포함했고 운영 모델을 확대했다.
평단 사업은 단대를 새로 구축해야 했기에 학부, 학과보다 운영 규모가 컸다. 이에 평교 사업은 학부, 학과 모델 운영이 가능토록 했다.
모집인원에 대한 자율성도 다소 부여됐다. 경희대는 평단 운영 학과 전체 정원 120명 중, 정원 내 인원은 1명이다. 가톨릭관동대는 50명 중 40명이 정원 내 인원이다. 정원 내·외 규모를 학교 특성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평교 사업을 통해 선발되는 규모는 총 1971명(정원외 포함)이다. 교육과정 개설 등을 위해 사업비를 지원받지만 선정 대학들은 다소 걱정하는 분위기다.
A대학 관계자는 "학교 이름이 들어가는 사업 선정이기 때문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B대학 측은 "과거 사례를 보면 신설학과는 (모집이 어려웠던) 과정을 거쳤다. 물론 이대 사태도 있었지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방향성을 봤을 때 올해는 기존 사업과 합쳐지는 개념이라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평생학습에 대한 수요가 있기에 배움의 뜻이 있는 성인학습자들이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평교 사업 선정교에 대해 교육부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총정원 중 평교 사업 선발 인원의 전체 또는 일부를 정원 감축 비중으로 감안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측은 "평교 사업은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정책 방향이 있었고, 이에 따라 운영 모델을 확대했다. 예산 사용에 있어서 겸임교원 인건비, 건물 증축 등을 제외하고 예산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작년 평단 사업은 이대 사태가 있어서 의견 수렴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는 홍보가 미진한 부분이 있었고, 첫해에는 경쟁률 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3~4년차에는 안정기에 들어간다. 시간이 필요하리라 보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