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개념 정의가 우선시 돼야업종별·산업별 특성 감안해야, 획일적 적용 시 혼란 초래
  • ▲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자리 100일 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자리 100일 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보내는 시그널이 심상치 않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밀어 붙일줄은 몰랐다. 이제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숨죽이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직속인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일 '비정규직 부담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한 대기업 관계자가 이렇게 푸념했다.

    기업들의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드러낸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강제로 세금을 물리고, 전환할 경우에는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 때문이다.


    답답한 재계의 목소리를 정리해보면 크게 4가지다.


    우선 이구동성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외치고 있다.


    A대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 개념이 노사정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 마련이 가장 필요하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면 그에 상응한 일자리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업종별, 산업적 특성을 감안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조선·건설업의 경우 프로젝트별로 일감이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기 때문에 협력업체를 통한 하도급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파견 및 협력업체 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볼 경우 해당 산업들은 정부 눈높이를 맞출 수 없게 된다. 서비스 업종도 파트타임 니즈가 분명히 있어 획일적인 잣대 적용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B대기업 관계자는 “파견이나 용역업체 직원들은 정부 기준에서 보면 비정규직인데, 이렇게 되면 정규직 전환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비정규직의 강압적인 정규직 전환이 자칫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C대기업 관계자는 “개인 사정상 자신은 비정규직을 원하는데 해당 일자리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 사람들은 오히려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도 있는데 획일적으로 정규직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간 시간 동안 잠깐 근무를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택배 기사들은 자신이 일한만큼 보상 받는 지금의 상황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특히, 억지로 뽑은 인력들에 대한 효율성 측면에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D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필요하면 정부에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인력을 뽑게 돼 있다”며 “이렇게 강압적으로 뽑으라고 하면 필요하지도 않은 인력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뽑을 수 밖에 없고, 그 인력들이 효율적으로 활용된다고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성토했다.


    E대기업 관계자는 “불필요한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면 결국 기존 근무자들의 업무가 나눠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의 급여가 줄게 돼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공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잉여 인력 투입은 기존 인력들의 일감을 빼앗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이 잘 팔리면 야근이나 특근을 통해 생산을 늘리고 그래도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신규 인력을 채용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