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7조 그룹 전체 물량 '일감몰기' 덫 벗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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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사업자금 확보에 성공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을 예고하자 계열사 롯데로지스틱스와의 합병설이 다시금 기지개를 켰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매출 상승과 인프라 공유 등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근 사모펀드 엘엘에이치 유한회사로부터 1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글로벌 측은 확보한 자금을 물류 인프라 확충과 국내외 물류기업과의 M&A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인수합병 경영을 공식화하자 그룹 식구 '롯데로지스틱스'와의 합병설이 고개를 들었다. 롯데로지스틱스는 모기업인 롯데그룹의 물류를 주로 처리하는 2자 물류 회사다. 지난해 롯데그룹에 인수돼 이름을 바꾼 롯데글로벌로지스(구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와 3자 물류(물류아웃소싱), 항만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롯데그룹의 인수 후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이름을 바꿨던 당시에도 양 사의 합병 가능성은 제기돼 왔다. 기존 롯데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의 육상 운송망에 당시 현대로지스틱스의 택배·해운·항공 물류망을 결합하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두 달 후인 올해 2월에는 롯데 그룹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본사를 한 곳으로 모으면서 기대는 더욱 커졌다. 롯데그룹은 서울 중구와 종로구에 흩어져있던 양사의 본사를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 연세세브란스빌딩으로 나란히 이사했다. -
업계는 연간 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롯데그룹의 전체 물량을 합병사 한 곳에서 처리할 경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 매출은 1조6000억원으로 롯데로지스틱스 매출 3조1910억원을 더하면 총 매출이 4조원을 뛰어넘어 몸집이 두 배로 불어난다.
실제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그룹 편입 후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물량을 확보하면서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합병 후 시너지효과와 추후 롯데 계열사 물량 증가 등을 감안하면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아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1강 2중' 구도를 형성 중인 국내 택배 업계는 CJ대한통운이 4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롯데·한진택배는 약 12%대의 점유율로 그 뒤를 잇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기존 롯데로지스틱스와의 합병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물류 사업을 확대하고자 했던 롯데그룹은 3자 물류에 노하우를 가진 현대로지스를 인수해 2자 물류 중심의 롯데로지스와의 시너지를 계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업계가 양 사의 합병에 대한 기대를 내놓고 있으나 공식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 "다만 사업 확장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