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감소 효과 미약…주세 종량세 전환도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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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민 호주머니만 터는 꼼수 증세라는 지적을 샀던 경윳값 인상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서민 부담만 가중한다는 주세(酒稅) 부과체계 손질도 신중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최근 열렸거나 개최 예정인 세제개편 공청회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에너지 세제개편안) 연구용역과 관련해 "우선 공청회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확인 결과 경윳값 인상이 (미세먼지 감소에 미치는) 실효성이 낮게 나타났다"면서 "정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토대로) 경유 세율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다음 달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에너지 세제개편안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에너지 세제개편안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하나로 추진됐다. 2007년 유류세를 조정해 휘발윳값 대 경윳값 대 액화석유가스(LPG) 값을 100 대 85 대 50으로 맞춘 에너지 상대가격을 재조정해 미세먼지 발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경유차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용역을 함께 수행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교통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국책기관은 10여 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환경부는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경윳값을 올리거나 휘발윳값을 내려야 한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용역안에는 휘발윳값은 유지하고 경윳값만 최소 90%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 부담이 가장 많은 시나리오는 에너지 상대가격을 휘발유 100 대 경유 125 대 LPG 75로 높이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유세가 서민층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간접세라는 점이다. 간접세는 부가세와 주세, 담뱃세 등이 대표적으로, 주로 소비행위에 붙는다. 세금은 기업이 내지만, 물품가격에 세금이 포함돼 세 부담은 소비자가 진다.
정부로선 직접세보다 조세 저항이 덜해 세금을 거두기 편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간접세 비중은 2014년 현재 3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주요국의 평균 26.5%보다 6.3%포인트 높다.
경유차는 연비가 좋고 소형 승합차 등이 많아 생계형 소상공인이나 서민이 애용한다. 경윳값이 오르면 서민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담뱃세 꼼수 인상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대목이다.
최 실장은 "미세먼지 발생은 국외 영향이 크고 유류 소비는 가격변화에 탄력적이지 않은 데다 유가보조금 대상 차량(화물차)은 세율 조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영세자영업자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유차를 줄여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현재보다 30%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유가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인지에 대해선 학계에서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조세재정연구원도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국립환경과학원의 오염물질 배출량 최근 자료가 지난 21일 공개돼 연구용역에 그 내용을 추가로 반영하고 있다"며 "공청회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용역결과도 8월 말에야 나온다"고 부연했다.
이어 "연구용역이 휘발윳값은 그대로 둔 채 유독 경윳값 인상만 전제로 진행됐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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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2일 은행회관에서 주세 개편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기재부는 현행 종가세(출고가격 기준)인 주세 체계를 종량세(알코올 도수 기준)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싼 소줏값이 술 소비를 조장해 각종 음주사고를 유발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종가세 체계에선 출고가격이 낮은 소주는 세금도 적게 붙는다.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것이다. OECD와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주류의 부피, 무게에 따라 세율을 책정하는 종량세를 적용한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구용역에서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면 소줏값은 오르고 고급 위스키값은 내려간다며 저소득층 가구의 주세 부담은 늘고 고소득층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최 실장은 "현실적으로 종량세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소규모 맥주 제조 지원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며 세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설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근로소득자 면세자 축소와 관련해서도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지 않고 중장기 과제로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열린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 공청회에선 면세자 자연감소 방안, 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표준세액공제 축소, 근로소득공제 축소 등 4개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 비중은 2005년 48.9%에서 2013년 32.2%로 낮아졌다가 근로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2014년 47.9%로 급상승했다. 2015년 기준 46.5%로 여전히 전체 근로자의 절반쯤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높은 면세자 비중은 국민개세주의에 위반되므로 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