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 해결·자금조달 의문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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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프투자증권

    증권업계 M&A 시장의 '단골손님'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을 품에 안을 기회를 잡았다.

    25일 SK㈜는 SK증권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를 통해 본입찰에 참여한 복수의 인수후보 중 케이프컨소시엄을 최종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밝혔다.


    SK(주)는 SK증권 우선협 선정에 따른 주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마감 이후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우선협 선정은 당초 예상과는 상반된 결과다.


    업계는 SK증권 매각이 본격 진행될 당시부터 유력 후보로 큐캐피탈파트너스를 거론해 왔다.


    특히 예비입찰에서도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을 제시해 본입찰 마감 이후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해왔고, 매각 후에도 SK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역시 큐캐피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을 품에 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미 LIG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SK그룹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큐캐피탈이 사모투자펀드(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던 만큼 SK그룹은 최대한 안전하고, 변수 없이 증권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케이프투자증권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가 "임직원 고용 안정과 SK증권을 성장∙발전시킬 의지 및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심사 통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케이프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지난해 케이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LIG투자증권을 인수한 만큼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는 낙관적인 상황이다.


    자금조달 측면과 관련해서도 LIG투자증권 인수 당시의 경험을 다시 밟을 수 있다.


    LIG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자금 절반가량을 출자한 LP(유한책임사원)들이 SK증권 인수시 재출자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고 놓고 있다는 것이 케이프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케이프투자증권 입장에서는 SK증권 인수가 큰 기회다.


    SK증권 인수를 통해 자기자본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시장이 보는 SK증권 지분 10.04%에 대한 인수 가격은 500~600억원인 반면, 해당 금액으로 자기자본 4000억원대의 SK증권을 데려올 수 있다.


    우회상장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케이프투자증권이 '투입가격 대비 효용성'을 제 1원칙으로 삼고 증권사 M&A 시장을 두드렸던 만큼 이번 SK증권 인수전도 같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SK그룹이 SK증권 지분을 경영자 인수(MBO)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당시에도 재무적 투자자(FI) 참여를 타진한 바 있다.


    인수 이후 효과에 대해서도 부동산금융에 강점을 보이는 케이프투자증권과 PF 부문에서 수익성을 보인 SK증권은 충분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증권이 전국에 25개 지점을 바탕으로 브로커리지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SK증권 노조의 극심한 반발은 해결과제다.


    이미 노조측은 케이프투자증권에 대해 '직원들의 임금을 최저임금까지 낮춰가며 쥐어짜듯 이익을 뽑고 있는 증권사'라고 정의한 바 있다.


    노조는 새 주인의 '이름값'과 '고용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매각하는 회사인데 되도록이면 좋은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그룹의 입장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또 고용보장에 대한 확신도 없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여전히 그룹과 증권 사옥 등에서 시위를 진행 중이다.


    노조측은 최악의 경우 2017년 임단협과 더불어 총파업까지 상정하며 총력투쟁을 선포하는 한편 그룹에 대해 매각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케이프 측은 인수전 참여부터 5년간의 고용보장과 함께 SK브랜드를 일정 기간 유지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우선협 선정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가 해결되면 직원 끌어안기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SK㈜는 앞으로 이사회 승인을 거쳐 8월 중 케이프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체결 후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승인이 완료되면 이번 지분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