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내용 '언론' 등 참고해 기록, 윗선 지시 없어"靑 조직적 개입 주장 '사실과 달라'…혐의 입증 증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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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나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개입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반박하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주인공은 '청와대 문건'을 작성한 이영상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검사).특히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윗선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증언이 되풀이되면서 특검의 공소사실 입증은 난항을 겪게 됐다.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4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행정관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해당 문건에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이 기재된 이유에 대해서는 "삼성과 관련된 검토를 지시받아 확인하던 중 많은 언론에서 경영권 승계를 언급해 자연스럽게 반영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정부의 시각에서 현안을 살펴봤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자연스럽게 검토했을 것"이라 설명했다.부부장검사로 청와대에 파견됐던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검찰에 복귀했다. 그는 청와대 근무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근무했으며,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문건에는 이 전 행정관의 필체로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1. 우리경제 절대적 영향력 2. 유고 장기화 삼성 경영권 승계 가시화 국면>, <삼성의 현안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면서 삼성의 국가경제 기여 방안 모색>, <삼성 당면 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삼성 구체적 요망사항 파악>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특검은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와대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들이 청와대와 삼성의 대가 관계를 전적으로 드러내는 증거라는 논리다.하지만 문건을 작성한 이 전 행정관이 '대부분의 내용은 언론 등을 참고해 기록했을 뿐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없었다'고 증언함에 따라 혐의 입증은 어려워졌다. 더욱이 기재 여부는 인정한데 반해 문건 내용과 메모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해, 문건에 대한 증거능력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특검은 해당 문건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고, 해당 문건이 작성된 것이 민정수석실이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메모에는 정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대신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자는 대가관계가 암시돼있다. 해당 보고서가 대통령까지 이뤄졌는지 여부는 지금까지 진행된 증인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민정수석실은 법 집행을 관장하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특혜와 관련된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며 "우 전 수석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를 수사했던 검사였다. 그는 경영권 승계라는 이슈에 우호적일 수 없는 사람이다. 청와대 문건은 이 사건 핵심 쟁점인 부정한 청탁 및 뇌물수수 합의와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한편 재판부는 특검의 제한을 받아들여 청와대 문건 전체를 증거로 채택했다. 다만 안종범 수첩 때와 같이 정황증거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공소사실 입증에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